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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안되는 세계 최고 농업
말로만 안되는 세계 최고 농업
  • 박재근
  • 승인 2011.11.27 2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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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칼럼전무이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이 최루탄이 터지는 등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이제 한미 FTA가 발효되면 관세없이 무역을 할 수 있는 우리의 경제 영토는 세계경제 총 규모의 60.9%로 늘어나게 된다.

 칠레(87%), 멕시코(72%)에 이어 세계 3위다. 무역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또 한 번의 도약 기회라 한다. 그러나 한미 FTA가 우리에게 ‘장밋빛 미래’를 열어주는 보증수표는 아니다.

 한미 FTA로 향후 15년간 수출은 13억 달러, 무역수지는 1억 4천만 달러가 늘고 고용도 35만 명 늘어날 것으로 국책연구기관은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전망일 뿐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농업이 문제다. 경남도가 경남발전연구원에 의뢰해 한미 FTA 발효에 따른 피해를 분석한 결과 경남지역 농ㆍ수ㆍ축산 분야에서 향후 15년간 총 1조 1천421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1986년 농산물 시장 개방의 단초가 된 우루과이라운드(UR) 출범 이후 1995년 무역기구(WTO), 2004년 한ㆍ칠레 체결로 시작된 각국과의 FTA 등 거의 10년 단위로 몰아닥친 농산물 개방 물결에 우리농업은 고사 위기다. 이런 판에 말만의 경쟁력강화는 벼랑 끝에 몰려 있는 농수축산업은 기반자체가 뿌리 채 흔들릴 지경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 FTA 비준동의 후속 대책 회의에서 “농업이라고 세계 최고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지원하면 덴마크 등 유럽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농업의 세계 최고 경쟁력은 말처럼 쉽지 않다. 사실 그동안 정부는 많은 대책을 내놓았다.

 1996년 정부의 UR대책 이후 200조 원 넘는 돈을 투입하는 정책을 세웠다. 그럼에도 상황은 나쁘다. 먼저 농촌에 사람, 특히 젊은이가 없다. 1995년 485만 명의 농촌 인구는 지난해 12월 306만 명으로 37% 줄었다. 나이는 많아졌다.

 지난해 65세 이상 비율인 고령화율은 31.1%로 국민 전체(11.3%)의 3배였다. 50대 이상이 61%였다. 도농(都農) 소득차도 커졌다. 1995년 도시 근로자 연평균 소득이 2천277만 원, 농가 소득은 2천180만 원으로 비슷했으나 2010년엔 각각 4천809만 원과 3천212만 원으로 더욱 벌어졌다.

 또 서민의 팍팍한 삶은 농업 값싼 수입 농산물을 선호할 수밖에 없고 맛의 서구화, 이농과 고령화, 국민 무관심 등 중층적인 악재로 농업이 버틸 재간이 없다. 경쟁력은 말만큼 쉽지 않다는 반증이다.

 우리 농업의 현실을 정확히 꿰뚫은 대책이 나와야 한다. 멕시코는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한 뒤 빈부 격차 심화, 문화 종속, 공공 서비스 기반 붕괴 등을 경험했다. FTA가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실례다.

 그러나 정반대의 사례도 있다. 칠레는 아옌데의 사회주의 정권 때 경제 파탄을 겪었지만 이후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방한 결과 고속 성장 국가로 탈바꿈했다. 결국 한미 FTA가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지만 그것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산업뿐만 아니라 사회 시스템 전반에 걸친 경쟁력 강화 노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내 시장은 미국 자본의 돈벌이 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은 개인이나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에도 해당된다. 한미 FTA는 한국처럼 미국에도 기회다. 이를 반추하면 한미 FTA는 결코 한국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특히 붕괴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FTA로 직격탄을 맞은 농촌사회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시급한 것이 일자리 창출과 연계된 젊은 농어촌 육성책이다. 식량안보 체제 구축, 농어민생활 안정대책, 육성 부문의 선택과 집중, 연도별 목표 등을 포괄하는 농업 진흥의 전략적 청사진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농민이 적극적으로 노력하면 세계 최고의 농업이 될 수 있다는 대통령의 지적에 공감하고 희망을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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