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21:38 (토)
`앵벌이 지방자치`
`앵벌이 지방자치`
  • 박재근
  • 승인 2011.11.20 2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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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전무이사
 "재정(돈)없이 뭘 한단 말인가. 현 자치제는 중앙정부에 로비를 하는 게 주 임무인 `앵벌이 자치제`, `2할 또는 3할 자치제`다. 재정의 뒷받침 없는 지방자치는 속빈 강정으로 지방자치는 재정분권이 뒤 따라야만 가능하다."

 최근 경남도를 찾은 송영길 인천시장이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이는 예산자치가 없으면 지방자치는 뿌리 없는 나무나 마찬가지란 절박함이다. 이에 김두관 경남지사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통해 전국 16개 광역단체장이 재정분권화를 이슈화 시켜야 한다"고 화답했다. 재원의 증가 없이 국가보조금 지원을 받아 간신히 정책을 집행한다면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의 정책집행 전달자로 전락했다는 의미다.

 지방자치가 올해로 성년을 맞았지만 재정 상황은 이렇듯 걸음마 수준이다. 오히려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는 지방자치 원년인 1991년에 비해 무려 14.5% 포인트나 줄어들었다. 민선 1기 때인 지난 1995년 52.2%이던 경남 지방재정자립도는 15년이 지나 민선 5기를 맞은 2010년에는 42.9%로 무려 10% 포인트나 낮아졌다. 244개 자치단체 중에서 90% 가까운 자치단체가 재정자립도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그 중에서 86곳의 자치단체는 20% 미만이다. 대부분의 자치단체가 사업은 고사하고 공무원 월급조차도 주기 어려운 형편이다. 실제 민간 기업일 경우 부도사태가 예견된 곳이 124개 자치단체에 달할 정도다. 경남의 경우도 12개 시군은 지방세 수입으로는 직원급여마저 줄 수 없을 정도다. 증가하는 복지예산에 각종 인프라 확충까지 돈 쓸 곳은 많아지고, 예산은 한정돼 있으니 죽을 맛이다.

 왜 빈 곳간일까. 그 중 하나가 중앙정부가 돈줄을 틀어쥔 국세위주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나라 조세대비 지방세 비율은 21%로 일본(46.3%)이나 미국(48.1%)에 비해 턱없이 낮다. 그러나 지출 규모는 중앙정부 대 지방이 55대 45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ㆍ도비가 확보되지 않으면 경남도내 시군은 도로 하나도 제대로 놓을 수가 없다. 세수는 늘지 않고 지방채도 부채누적으로 발행하기가 쉽지 않다. 부족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광역자치잔체는 중앙정부를 상대로 한 국비확보에, 시군은 도비확보에 사활을 건다. 자치단체는 현안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전담팀을 구성해 사활을 걸고 국ㆍ도비 확보에 나선다. 그래서 앵벌이가 돼야한다는 하소연이다. 2011년 전체 예산액 236조 원 중 세입적인 측면은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은 79 대 21이지만 지출 규모는 55대 45다. 지자체가 지방세로 거둔 세금보다 훨씬 많은 돈을 쓰고 있다. 실제 지자체는 세금으로 49조원을 걷고 국비지원 등으로 107조원을 썼다. 이는 세제개편을 통한 국세의 지방세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반증이다. 대표적인 것이 개별소비세와 양도소득세다. 현행 5%인 부가가치세의 지방소비세를 15% 내지 20%까지 인상이 논의됐지만 질질 끌고 있다. 점차적으로 늘려야 한다. 또 주택 등 자산을 팔 때 내는 양도세도 취득세와 같은 `부동산 거래세`의 일종인 만큼 지방세로 전환해야 된다.

 이 같은 세제개편은 제쳐두고 자치단체 재정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는 `재정위기관리시스템`이란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재정이 불건전한 자치단체는 지방교부세율을 낮추며 국고 지원 때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혹여 단체장의 치적사업으로 재정손실을 끼친 경우도 있지만 대규모 사업과 지방채 발행은 정부의 승인이 필수조건이어서 공동의 책임이다. 그래서 중앙정부만 모른 체하는 국가와 지방간 세원 배분의 불균형이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외면하고 자치단체의 책임으로만 몰아세워서는 안 된다.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식의 개선대책은 무의미하다. 수직이 아닌 수평, 타율이 아닌 자율, 의존이 아닌 자생이란 자치의 기본 원칙을 바로 세워야 빈사 상태에 놓여 있는 지방자치를 제대로 살릴 수 있다. 사무만 있고 재원이 없는 지방자치는 빈말이다. 그 지름길이 세제개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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