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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퍼레이드
막말 퍼레이드
  • 박재근
  • 승인 2011.11.13 1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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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전무이사
 정치인들의 계속되는 막말, 법정에서 면박주는 막말,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만연한 군 조직의 막말, 교육계 등 우리사회 어느 곳에서나 막말 퍼레이드가 자리한다. 이 같은 막말은 그 조직과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킨다.

 그 가운데서도 정치인들의 막말 페레이드는 도가 지나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면책특권에 젖어 공인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언어폭력이란 지적이다.

 막말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김홍신 전 의원은 1998년 대통령의 입을 공업용 미싱으로 박아야 한다는 말로 파문을 일으켰고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은 2005년 노무현의 뇌에 문제가 있다고 말해 여론의 공분을 샀다. “MB정권을 겨냥, 확 죽여 버려야 하지 않겠나”고 한 민주당 천정배 의원, 지난 4ㆍ27재보선 때 민주당 최종원 의원은 “대통령 집구석이 형도 돈 훔쳐 먹고 마누라도 돈 훔쳐 먹으려고 별짓 다 하고 있다”고도 했다.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것도 문제지만 비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막말도 간단하지가 않다. “아나운서를 하려면 다 줘야 한다”는 성희롱성 발언으로 당시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현 무소속)은 여성계의 비난을 샀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민감한 질문을 한 여성 기자에게 “그런 걸 왜 물어, 너 진짜 맞는 수 있다”고 했다가 사과한 바 있다. 호프집 막말 사건은 홍 대표가 대학생과의 미팅에서 “이대 계집애들 싫어한다” “꼴같잖은 게 대들고…” “패버리고 싶다”로 이어진 막말로 문제가 된 것이다. 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한 기자에게 “병 걸리셨어요?”라는 말을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같은 아류는 지방의원이라고 별반 다를 바 없다. 일부 경남도 의원, 시군 의원들도 평소의 감정표출인지, 정략적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회기 중 일방적 주장, 빈정대는 말투 등의 언어폭력(?)은 예삿일이 아니다. 본회의 또는 상임위 중 본질을 벗어난 질의는 염장을 지른다. 면책특권을 가진 국회의원 못지않다.

 하지만 단체장이나 도ㆍ시ㆍ군 공무원들은 대응에 다른 파장을 우려, 꼼짝없이 당하고 만다. 일방적 또는 뜬금없이 면박하는 질의, 이걸 아느냐, 저거 아느냐며 엉뚱한 사안을 갖고 가르치려는 질의, 본질을 벗어나 사안에도 무조건 YesㆍNo만 요구하는 질의 등 올해도 연말까지의 회기 중 집행부에 대한 의결기관의 질타는 이어질 것이다.

 도ㆍ시군의원들의 이 같은 형태는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에 앞서 도민과 시 군민을 실망시키고 정치 불신을 부추기는 단초가 된다. 지방시대, 정파에 앞서 도정과 시 군정 발전을 위한 장이 돼야 한다. 그래야만 무보수 명예직에서 출발 현재의 보수(?)가 혈세낭비로 여겨지지 않는 선량으로 거듭날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희극 작가 아리스토파네스는 “정치는 불학무식한 깡패들에게나 알맞은 직업”이라고 했다. 정치인들의 실언, 막말, 저질발언은 사람대접을 받지 못할 내용이 적잖게 많기 때문일 게다. 당사자는 이목을 집중시키는 전략, 소위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부디 국회는 ‘정쟁 없는 국회’ ‘일하는 국회’를, 국회를 닮아가는 지방의회도 마찬가지다. 양식이 있고 부끄러움과 염치를 안다면 지금부터라도 각자 반성문을 쓰는 심정으로 일해야 할 것이다. 온갖 특전을 다 누리는 국회, 무보수 명예직에서 유급으로 바뀐 후에도 법제화 요구 등 잿밥에 관심 갖는 지방의원, 모두가 특권의식에 앞선 언어폭력은 삼가야 한다. ‘병은 입으로 들어오고 재앙은 입으로부터 나간다(病從口入, 禍從口出)’는 말, 말로부터 발생하는 재앙을 조심하지 않으면 부메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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