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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수요예측, 누가 책임지나
엉터리 수요예측, 누가 책임지나
  • 박재근
  • 승인 2011.10.23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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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이사/취재본부장
 경남도민들이 뿔났다. 거제에 이어 김해에서도 국민감사가 청구된다. 이는 전국에서 추진된 단체장의 치적과시용 또는 전시성 사업이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도는 용인과 의정부경전철이 문제다. 경남은 마창대교, 거가대로, 김해경전철이 문제다. 이로 인해 재정은 거덜 나기 직전이다. 이런 상황에도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하지만 모두 뒷전이다. 따라서 향후에도 혈세 위에 눌러 앉은 치적용 사업과 전시성 행정이 근절된다는 보장이 없어 더 큰 문제다.

 김해∼부산 간 경전철의 운행 결과 이용 승객은 수요예측인원의 17.6%에 그쳤다. 예측치(17만 6천 명)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상태면 민간 사업자에 20년간 무려 2조 776억 원을 보전해야 한다. 연평균 1천억 원대로 김해시가 700억 원 가량을 지급해야 한다. 김해시로선 가용 예산을 경전철 적자 보전에 쏟아 부어야 할 판이다.

 재정 파탄을 몰고 온 애물단지 경전철이다. 부실한 수요예측을 근거로 선심ㆍ과시성의 사업을 벌인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거가대로도 개통 후 통행료 수입은 협약서상 MRG(최소운영수익보장)기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등 엉터리로 드러났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통행료 수입은 MRG기준의 48%에 불과하다. 따라서 경남도와 부산시가 승용차 기준 1만 원인 요금을 동결할 경우 보전금은 40년간 무려 6조 5천243억 원에 달한다.

 마창대교도 “돈 먹는 하마”이기는 마찬가지다. 개통 첫 해인 2008년 하루 ‘예상’ 통행량은 35.1%인 1만 119대에 그쳤다. 2009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통행량도 40%대다. 올해 예상 통행량이 3만 2147대지만 갑자기 늘어날 기미가 없다. 마창대교도 향후 30년간 1조 원가량을 보전해주어야 할 판이다.

 경전철과 대형교량을 추진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재앙’을 맞은 모습이다. 김해경전철, 마창대교 등은 어쩌다 이 지경인가.

 가장 큰 문제는 엉터리 수요예측이다. 사업의 키워드인 수요조사를 민간 사업자가 용역 한 후 발주관청 등이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민간 사업자는 투자비에 대한 MRG협약으로 혈세든 뭐든 한몫 챙길 수 있다. 그래서 특혜란 수의계약도 이보다 나을 수 없다는 예기다. 여기에는 일부 정치인과 단체장들의 치적과시가 재앙을 불렸다는 것에 별 이견이 없다.

 부실 설계와 부실시공과 감리도 문제로 드러났다. 또 검증되지 않은 신기술 도입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면서 ‘재앙’을 부른 것이다. 더구나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섣부른 결정이 빚은 재앙이 전국에서 추진된 경전철 등 MRG사업의 현주소다. 단체장들이 임기 내 대표작에 혈안이 된 것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비단 김해경전철뿐 아니라 많은 지자체들이 선심과시용으로 사업을 벌여 혈세를 낭비하고 있으나 누구 하나 책임진 사람은 없었다. 따라서 경전철 및 도시철도 건설이 진행 중이거나 계획하는 지자체는 일단 접어야 한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논란에도 창원시는 6천468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도시철도를 건설을 추진, 걱정이란 목소리가 높다.

 창원YMCA협의회는 경제성과 정책성 평가가 낮은데도 예비타당성을 통과했다는 이유로만 추진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건설계획의 공개와 민관협의회 등을 요구했다. 버스도 적자인데 뭔 도시철도냐는 빈정거림도 있다. 따라서 빗나간 수요예측이 몰고 온 재앙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쾌적하고 편리한 대중교통체계 수립도 경제성이 우선이다. 정부도 김해경전철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치적과시용으로 인해 재정위기를 가져올 경우 그 지자체에 대해 파산제도 도입도 검토돼야 한다.

 또 엉터리 통행량을 근거로 한 협약은 재협상을 통해 새로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빗발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민감사든 검찰수사든 엉터리 수요예측에서 비롯된 ‘재앙’의 원인을 밝혀 책임을 물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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