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9:59 (토)
고려대장경 천 년의 해
고려대장경 천 년의 해
  • 박재근
  • 승인 2011.09.18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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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이사/취재본부장
 ‘2011년은 고려대장경 천년의 해’다. 고려대장경은 “천년의 지혜”를 현재 한국인에게 보낸 메시지다.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던 고려청자, 서양보다 200년 앞섰던 금속활자, 고려대장경 등은 민족적 자부심을 되찾게 해줬다. 이 같이 고려시대의 문화유산은 숫한 수난을 겪은 우리민족의 우울한 상실감도 달래줬다. 이 엄청난 문화유산 가운데 고려대장경이 올해로 천년을 맞았다.

 초조대장경 간행 1천년을 맞아 열리는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은 오는 23일부터 11월6일까지 45일간 합천 해인사 일원에서 개막된다. 대장경 밀레니엄에서 우리가 살펴볼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조선시대의 명필 추사 김정희가 "이는 사람이 쓴 것이 아니라 마치 신선이 내려와 쓴 것 같다"고 감탄했다는 고려대장경 경판은 1251년 완성된 것이다. 고려가 두 번째로 만든 재조(再雕)대장경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합천 해인사에 보관돼 있다. 이에 앞서 간행된 초조대장경 조성 첫해인 1011년을 기점으로 한 올해가 천년이다. 초조대장경 경판은 대구 부인사에 보관돼 있었으나 1231년 몽골의 고려 침공으로 소실됐다. 노무현 정권 시절이었던 2007년, 당시 문화관광부는 ‘2011년 고려대장경 천 년의 해’ 선언식을 열었다. 이를 계기로 경남도와 합천군, 합천해인사가 주관하는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은 나래를 펼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이렇다 할 기념행사조차 없다. 자칫 경남의 행사 정도로 그치고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뒷짐을 지고 있을 일이 아니다. 국가적인 행사로 업그레이드 되도록 해야 한다.

 고려대장경은 가장 완벽한 대장경이며 불교계만의 문화축전이 아니다. 세계 최초의 대장경은 중국 송나라에서 983년 완성한 대장경이다. 고려대장경은 두 번째가 되지만 내용 면에서는 단연 으뜸이다. 고려대장경 경판의 글씨를 새기는 작업에는 총인원 130만 명이 동원됐다. 외국과 해상 무역을 활발하게 했던 고려가 이런 막대한 작업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부(富)를 축적했음을 알 수 있다. 이보다 더한 것은 고려의 문화적 학문적 수준이다. 대장경에는 불교 경전과 논문 이외에 역사 시문(詩文) 설화 판화 등 다양한 내용이 실려 있다. 세계 곳곳에서 최신 학문과 지식을 수집해 대장경 안에 집약했던 것이다. 나무가 뒤틀리지 않고 장기 보관이 가능하도록 목재를 가공하는 기술, 글씨를 나무 위에 새기는 장인인 각수(刻手)의 솜씨 등 첨단 기술이 대장경 제작에 동원됐다. 대장경은 고려가 경제적 문화적으로 선진국이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산이다.

 문화는 풍요로움 속에서 꽃을 피운다. 우리의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왜 고려시대에 집중적으로 나오는가. 대장경의 역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고려시대 승려인 대각국사 의천(1055∼1101)은 대장경 편찬에 대해 “천년의 지혜를 천년의 미래로 보내는 일”이라고 했다한다. 고려인들은 대장경 안에 그 이전 천년의 지식과 기술을 모아 천년 후 우리에게 보냈던 것이다. 현대 한국은 다문화사회를 맞았고 최첨단 정보기술(IT) 강국이기도 하다. 고려는 어떠했는가. 개방적이고 다원화된 사회였다. 고려의 수도 개경은 이슬람권을 포함한 외국 상인들로 북적됐다. 15세기 독일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은 지식의 대중화를 이끌어 세계를 바꿔놓은 혁명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고려는 이미 13세기 초에 금속활자를 이용, 인쇄를 했다. 도자기의 원조인 중국조차 고려청자의 비색에 감탄했을 정도였다. 그만큼 고려의 기술은 탁월했다. 하지만 금속활자를 한국의 르네상스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대장경과 청자에 담긴 최첨단 지식과 기술체계도 제대로 이어나가질 못했다. 현대 한국은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것을 고려대장경 천년은 우리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이 또 다른 천년의 메시지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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