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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산동네<56>
꿈꾸는 산동네<56>
  • 임상현
  • 승인 2011.09.08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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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 상 현  / 그림 : 김 언 미

 제 28화  다짐 중 첫째

 오락에 빠져 헤매는 민석

  민석은 오늘도 종두와 함께 오락실로 직행했다. 어머니가 장사하러 나가면서 밥을 꼬박꼬박 잘 챙겨 먹으라며 걱정까지 해주고 갔다.
 그런 걱정과 염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종두가 집에 놀러오자 마침 그가 반납하는 길에 들고온 만화책을 같이 보다가 오락실로 갔던 것이다. 종두는 산동네 바로 아래편에 있는 만화방에다 책을 반납한뒤 얼른 민석과 합류했다. 그는 신이 났다. 용돈이 부족하여 오락실에도 마음대로 들락거릴 형편이 못되는데도 민석이 돈이 어디서 났는지 자신의 오락비까지 대어주고 있었다. 종두는 처음엔 민석이 어디 신문배달이라도 해서 용돈을 벌고 있나 의심도 들었지만 그건 아닌것 같았다. 거기다가 민석은 오락에 빠져도 단단히 빠진것 같아 보였다. 맨처음에 자신이 오락에 빠질 때 전염병처럼 허우적댔던 경험을 겪은 종두는 민석도 그렇게만 만든다면 오락은 실컷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방면에 고수인 자신의 도움이 아직 민석에게 필요할 거라고 악착같이 믿고 있었다. 자신은 요즘 갤러그는 시시해서 픽맨을 주로 하는데 민석은 아직도 목을 매고 있는 것이 그걸 반증해주고 있었다. 그가 갤러그에 익숙해 질때면 픽맨에 대해 관심을 가져 올 거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야 니 실력이 많이 늘었는데.”
 종두가 민석을 바라보며 슬쩍 추켜 세워준다. 뭐든지 막 배우려는 사람에게 칭찬이 보약이란것 쯤 알고 있는 종두다. 아니긴해도 민석이 하루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늘고 있는 것도 눈에 보일 정도여서 고수인 종두는 흐뭇했다.
 ‘그러면 그렇지. 아직 따라 올려면.’
 종두는 자신이 1게임도 끝내기 전에 민석이 벌써 세 번째 동전을 집어 넣는 모습을 곁눈질 하면서 의미있는 미소를 날렸다. 자신이 민석의 자리에 앉았다면 아직 1게임도 끝내지 않을 자신이 있다.
 민석은 새로 동전을 집어 넣으면서도 신들린 사람처럼 들떠있다. 여기에 몰두하는 일이 세상만사 괴로움을 날려버릴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까지.
양례는 며칠 전부터 새로 자리잡은 좌판에서 생선을 팔고 있었다. 그동안 메뚜기처럼 눈치를 보면서 요리조리 피해 다녀야 했던 지긋지긋한 행상에서 벗어나 너무 좋았다. 무엇보다 며칠동안 해보아도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짭짤했다. 떡 행상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생선장사를 막 시작할 때의 부자연스러움도 숙이네에 며칠 달라붙어 보조역할을 하며 배웠던 것이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
 “민복아 너도 오늘 옆에서 지켜봐서 알겠지만 물개기 장사는 재고만 남기지 않으면 다른 어떤 장사보다도 이문이 높데이. 얼른 너도 돈벌어 나중에 민석이 대학까정 보내야 할 꺼 아이가. 가가 공부는 꽤 잘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아이구 내 형편에 아들 대학이나 보낼 수 있을란가 모르겠데이. 그저 형편이 풀리면 민복이도 직장이다 야간학교다 해서 힘들어하는 데 얼른 직장 관두게 하고 지 좋아하는 공부만 실컷하도록 했으면 하는데, 그런 시절이 우리에게도 잘 올란가 모르겠다. 아 아부지만 살아 있었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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