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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산동네<55>
꿈꾸는 산동네<55>
  • 임상현
  • 승인 2011.09.07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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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화 사망보상금 중 둘째

    

글 : 임 상 현  / 그림 : 김 언 미 

         어렵게 좌판 따내는 양례

국수집 여자가 설거지를 마저 끝내고 일찍 문을 닫은 뒤 가게를 나섰다. 양례는 여자를 따라 걸어갔다. 전깃불이 막 들어오기 시작한 시장통으로 사람들이 시장바구니를 들고 몰려다니고 있었다. 백사장에서 수영을 막 마치고 나왔는지 모래가 묻은 튜브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시장통 입구에 3층건물이 있었고 여자는 건물안으로 양례를 이끌었다. 2층까지 점포가 들어차 있는 건물이었다.
 “언니 계십니꺼?”
  여자가 3층 입구에 있는 출입문을 두드리고 조금 있자니 여자가 나타났다.
 “누구래? 동생인가. 빨랑빨랑 들어오라우.”
 문을 따주며 여자가 국수집여자와 함께 나타난 양례를 훑어본다.
 “뉘기매?”
 “아는 동생입니더. 전에 건물 앞에 있는 자리 세 줄 사람 찾아봐라 안 캤습니꺼?”
 그러자 여자가 양례를 더 자세히 살피며 말한다.
 “이 보라우. 그 자릿세가 만만치 않을 낀데 말이야.”
 “언니 신랑도 없이 장사해서 애 둘이나 공부시키는 악착같은 사람입니더. 믿고 자리를 내줘도 될낍니더.”
 “이 보라우 글쎄 내사 보기엔 아직 장사 갱험이 많아 보이지는 않은 것 같은데 말이야.”
 “언니 이 동생을 믿고 자리 한번 맡겨 보이소. 내 책임지겠습니더.”
 “이보라우 동생. 동생도 내 성질 알갔지만 자릿세를 하루라도 미루면 못 참는 내 성질 알간 모르간.”
 “언니 와 모리겠습니꺼? 그래서 내 책임진다 안 캅니꺼?”
 “지금 장사하는 사람이 이달 말까지 하기로 했으니 내달 초부터 하면 되가꾸먼. 내 동생 얼굴보고 맡길테니 그 전에 보증금 2백도 챙겨갖고 오고 말이야. 그러면 되었어 그만 가보라우.”
 “그러면 언니만 믿고 가겠습니더. 보증금은 말일이 되기전에 챙겨오겠습니더.”
 국수집 여자가 건물을 벗어나자 휴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북에서 넘어온 정말 지독한 여편네지. 시장통에 가진 건물만해도 2개나 되지. 내 자리 안 준다 카먼 우짜노 걱정했는데 그래도 준다카니 다행이다 호호. 이왕 하기로 했으니 동생 미리 자리나 보고 가자.”
 “언니 고맙습니더. 덕분에 좋은 자리에서 장사하게 되었습니더.”
 “괜찮테이. 아무리 세상살이가 팍팍하고 어렵다캐도 동상 같은 사람은 내가 아니라 캐도 누가 도와줘도 도와 줄끼다. 근데 독한 여편네가 그 코딱지 만한 장소에 보증금 2백을 요구하는데, 돈은 준비가 되어 있나 모르겠네.”
 “네 언니. 아 아부지가 사고로 죽고 보상금으로 받아둔 돈이 있습니더. 아무래도 이럴때 쓰라고 그 양반이 보태준것 같습니더.”
 양례는 자신도 모르게 흘러내린 눈물을 소매로 쓱 문질렀다.
 “그래 힘 내거라. 이왕 이래된 거 열심히 살아보는 기다. 그라고 앞으로 동생이 장사할 장소는 내가 골목 쪽이고 동생은 그 건물 앞쪽으로 바로 코 앞이니 장사하다 어려운 일 있으면 서로 도와가면서 하자.”
 “네, 언니. 이 은혜를 우째 갚아야 될지.”
 “또 쓸데 없는 소리 한다.”
 양례는 마치 큰 구원병이라도 얻은 기분이다. 세상에 독불장군이 없다는 말이 새삼 실감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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