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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산동네 <53>
꿈꾸는 산동네 <53>
  • 경남매일
  • 승인 2011.09.04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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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화 발버둥 -3-
글 : 임 상 현 / 그림 : 김 언 미 <53>

양례에게 생선장사 추천하는 숙이네

양례가 인사를 하고 떡다라이를 챙겨 국수집에서 빠져 나온다. 양례는 터벅터벅 숙이네 가게로 다가갔다. 장례식장에 찾아와 부의금도 내놓고 갔는데 그동안 인사도 제대로 못했던 터였다.

숙이네도 마침 한가해진 틈에 시장통 구석에 앉아 국밥을 먹고 있다 양례를 발견하곤 반색하며 옆에 자리를 내어준다.

“어서 오이라. 아직 식사 전이제?‘

“조금 전에 묵었다. 어서 먹거라.”

숙이네가 국밥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러면서 시장통으로 시선을 돌린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시장통에 오가는 사람들도 많이 줄었다. 양례는 앉은 자리에서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요즘 머리가 많이 복잡제? 큰일 치룬다고 고생 많았데이.”

식사를 마친 숙이네가 컵으로 입을 행구어 낸 뒤 말한다.

“그땐 고마웠다.니도 힘들낀데 부조를 많이 했더라.”

“별말을 다하네. 나야 같이 버니까. 그란데 앞으로 애들 공부 시킬라카면 행상으로 힘들낀데.”

“그래서 말인데. 숙이네야 솔직히 말 좀 해보거라. 내가 지금 행상이 지긋지긋해서 자리를 알아보고 있는데, 자리가 나면 어떤 품목이 좋겄노? 지금 파는 떡으로는 만날 팔아봤자 애들 용돈 벌기도 버거울 것 같고.”

“나도 니가 큰 일 치룰 때 댕겨와서는 많이 생각 해봤는데, 자리가 나면 생선을 파는기 어떨까 싶데. 고기는 제사상에도 필수이니까니 꼭 사야될 사람도 있을끼고. 문제는 재고 처린데 저녁때쯤 물건이 간당간당할 때 물건값을 잘 조절해서 떠리미를 잘해야 물건이 싱싱하다는 입소문이 날끼고 그래야 손님도 불을끼고 말이다.”

숙이네가 품목은 물론 장사의 요령까지 일러준다.

“생선장사라?”

“잘 생각해 보거라. 자리가 확정되면 하루 날 잡아 파는 요령과 재고 처분하는 비법들을 내 전수 해 주꾸마.”

“그래 숙이네야. 말만 들어도 고맙데이. 손님도 몰려오고 내 그만 가볼란다.”

식사가 끝나자마자 손님이 몰려오는 틈을 이용하여 양례는 그곳을 벗어난다. 양례는 다시 한 곳에 자리를 비집고 앉아 떡을 판다. 머릿 속은 온통 앞으로 팔 품목에 대한 생각 뿐이다. 아무리 머리를 굴러도 숙이네가 말한대로 생선이 나을 것 같다. 생선이야 제사상에도 올라가야 되고, 반찬으로도 꼭 필요한 것이니 심심할 때 사먹는 군것질꺼리와는 차원부터가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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