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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산동네 <51>
꿈꾸는 산동네 <51>
  • 경남매일
  • 승인 2011.08.3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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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화 발버둥 -1-
글 : 임 상 현 / 그림 : 김 언 미

아버지 죽음 후 오락실 전전하는 민서

민석은 방학동안 종두와 함께 오락실을 전전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자꾸만 밖으로 나돌았다. 집에만 들어가면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서글픔과 그만 풀이 죽어버리는 기분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주검이 묻히던 고향 선산에서도 동호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양례가 장지에 나타난 동호를 냉대했고 이에 반발한 동호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옥신각신했다. 이 일을 계기로 동호가 동출에게 했던 행위가 고향의 친지들에게 알려진 셈이다. 단순하고도 순박한 시골 사람들은 6촌동생의 취직자리도 못 구해준 니가 과연 사장이 맞나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고 그 대목에서 동호는 더욱 불쾌해져 앞으로 고향쪽 친지들과는 인연을 끊네 어쩌네 하며 돌아가 버렸다. 하지만 민석은 아버지 죽음을 자꾸만 동호아재와 연관시키며 원망을 늘여놓는 어머니의 불평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물론 친척 이니까 취직을 시켜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장은 동호다. 사장의 입장에서 직원으로 채용하지 않겠다는데 어쩔텐가 어린 마음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민석은 오락실에 푹 빠져 오락을 하고 있으면 걱정거리가 잠시라도 잊어지는 듯 했다. 종두는 시골에서 올라온 민석이가 다시 친해져서 좋았다. 그동안 공부에 푹빠져 수업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일찍 가버리는 민석을 보면서 섭섭한 마음을 가졌던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랬던 친구가 자신에게 먼저 놀러가자고 제안을 해와 그러면 그렇지 하면서 오락실로 이끌었던 것이다. 민석은 종두의 현란한 오락실력을 지켜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그 사이 종두의 실력이 부쩍 늘어있었다. 민석이 주변 사람이 하는 모습을 곁눈질하면서 비교해보아도 종두는 이방면에 탁월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오늘도 오락실로 가자고 먼저 제안한 것이 민석이었다. 벌써 일주일이 넘게 오락실로 직행한 셈이다. 장례식장에 다녀가던 친지들이 용기를 가지라고 보태준 용돈들이 고스란히 오락실 비용으로 탕진되고 있었다. 아직도 민석의 마음은 정돈되지 않고 갈팡질팡 했다. 공부는 뒷전이 되고 책을 펼치면 오락기 화면이 그 위로 오브랩 되면서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양례는 남편을 묻고 온 후로 아직도 허공에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신랑을 저 세상으로 떠나 보냈다는 사실이 도저히 실감나지 않았다. 남편의 육촌 형인 동호의 일만해도 그렇게까지 악화시키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물론 마음속에 그 때 취직만 시켜줬더라면 이런 사고는 당하지 않았을 거라고 원망의 시발점이 된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장례식장에 문상을 왔을 때 끝을 냈어야 할 일을 장지까지 연결한 것은 자신의 불찰이었다. 동호를 보는 순간 불쑥 화가 치밀어 올랐고 자신도 모르게 그런 말을 자꾸 쏟아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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