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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산동네 <50>
꿈꾸는 산동네 <50>
  • 경남매일
  • 승인 2011.08.30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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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화 장례 -3-
글 : 임 상 현 / 그림 : 김 언 미

장례식장에서 동호와 다투는 양례

   장례식장에서 양례는 자꾸만 허둥댔다. 이건 꿈이야 생시가 아니라니깐 하면서 어린아이처럼 자꾸만 도리질을 해댔다. 종복이 집안의 일처럼 끝까지 챙겨주었다. 그는 문상오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자신의 일처럼 일일이 인사를 하며 챙겼다. 그리고 자꾸만 가슴이 콩닥거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양례를 추스러 지인들에게도 일일이 동출의 부음소식을 알렸다. 시공관계자들이 장례와 보상절차를 협의하기 위해 찾아 왔을 때도 혹시나 손해보는 일이 없도록 양례 옆에서 조언해주며 꼼꼼히 챙겼다.

“제수씨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심정은 잘 압니더. 하지만 한번 간 사람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일이고, 허억. 나도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망자를 앞에다 두고 이런 말 하기 그렇습니다만 산 사람은 살아야 안되겠습니꺼? 보상이라도 제대로 받아야 민석이 공부도 시킬거 아닙니꺼?”

회사관계자들이 맨처음 몰려왔을 때 양례는 보상절차와 장례절차를 거부했다. 다 필요 없으니 사람을 살려내라며 생떼를 부렸다. 그 때 종복이 양례를 한쪽으로 불러 내어 몇 번이나 설득 끝에 겨우 협의가 이뤄져 장례절차가 진행되었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온 민복은 혼이빠진 사람처럼 멍해있었고 민석은 자꾸만 소매로 눈물을 훔쳐대었다. 그런 상주들에게도 종복은 토닥거리며 할 일을 일일이 챙겼다. 저녁에 동민이 도착해서 영정 앞에서 대성통곡을 했다.

“형님 이런 일을 당할라꼬 도시로 왔습니꺼? 말해 보이소 형님. 도대체 무슨 흉사가 형님을 이렇게 만들었습니꺼?‘

동민은 통곡을 마치고 곧바로 손발을 걷어 부치고 돕기 시작했다. 문상객이 오면 경험이 없는 조카들과 함께 일일이 인사를 하며 챙겼다.

저녁 10시가 지나 꽤늦은 시간에 동호가 어디서 한잔 걸쳤는지 불콰해진 모습으로 장례식장에 나타났다.

“제수씨 우째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꺼? 뭐라고 위로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더.”

“고마 맘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마시고예 일 다 봤으면 다른 볼일이나 보러 가이소 마.”

“뭐라꼬예? 제가 뭐 우쨌다고 그캅니꺼?”

“와예? 제가 틀린 말 했습니꺼? 맨처음 부산에 왔을 때 아 아부지가 취직시켜 달라꼬 그래 쫓아 다녔는데도 거절 했다문서예.”

“그 일이 이 일하고 무슨 상관있다고 역성을 내는교?”

“와 상관이 없습니꺼? 아 아부지가 저렇게 죽어 있는데.”

“참말로 사람잡겠습니더. 남들이 들으면 제가 동생을 죽인줄 알겠습니더.”

두 사람이 옥신각신하자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동민도 종복도 대화내용을 고스란히 듣고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지켜보고만 섰다.

장례식장에 문상왔다가 수치와 수모를 겪은 동호가 얼굴이 붉으락 불콰해진 모습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내 그래도 6촌 동생이 큰 일을 당했다고 찾아왔더마 이거 안되겠구마 앞으로 한번 지켜보소. 우째 하는지 . 내참 이거 더러바서.”

“언제는 신경이라도 써 줬었예. 내 하나도 안 두렵습니더. 그 때 취직만 시켜줬어도 민복이 아부지가 그 위험한 공사장일 했을 리가 없을 꺼 아닙니꺼? 흐윽 아이구 민복이 아부지요.”

양례는 영정 앞에서 대성통곡을 했다. 그동안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잘 울지도 못했던 눈물을 한꺼번에 쏟아내기라도 할 듯 울었다. 그 옆에서 민복과 민석이 앓는 소리를 내며 눈물을 훔쳤다. 동호는 민망한지 동민이 붙잡는데도 뿌리치고 가버렸다. 장례식장에 한동안 세 사람의 울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누가 먼저 울기 시작하면 옆에 있던 사람도 절로 전염되어 울음이 나오듯 세 사람은 동시에 서럽게 울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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