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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산동네 <48>
꿈꾸는 산동네 <48>
  • 경남매일
  • 승인 2011.08.2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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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화 장례 -1-
글 : 임 상 현 / 그림 : 김 언 미

악몽을 꾸는 동출

 동출이 기술자자 된지 며칠이 지나갔다. 십장도 가끔 동출이 맡고 있는 B동의 공사현장을 둘러보고는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동출은 자신의 실력만으로 발라놓은 시멘트가 만족스럽지만 십장에게도 과연 통할까 내심 긴장하기도 했다. 혹시라도 그에게서 "아직 멀었어. 좀 더 배워서 기술자로 써 먹어야 겠어"라는 말이 나오지나 않을까 노심초사 하면서 지켜 봐야만 했다. 그렇다고 십장이 대만족만 했던 건 물론 아니었다. 이런 부분은 시멘트 바른 상태가 꺼칠하니 신경을 쓰야 되겠거니 하면서 자상하게 세세한 부분까지 이야기 해주고 갔다. 십장이 돌아가고 나서야 동출은 휴우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던 어느 날 외벽공사를 하던 날이었다. 비가 올 듯이 하늘은 잔뜩 찌푸렀다. 빌라의 4층 골격이 거의 완성된 B동에는 외벽공사로 아시바(비계발판)가 얼기설기 설치돼 있었다. 동출은 아시바를 타고 다니며 군데군데 시멘트를 발랐다. 더운 날엔 날씨가 흐리니 오히려 시원했고 일은 수월하게 진행됐다. 오전 참 시간이 금방 다가왔다.

 "어이 동출이 오야 요즘 할만하나 어떻노?" "예끼 이 사람. 남들이 들으면 웃겠다. 그만해." "내가 어디 틀린말 했나 허허. 넌 이군이라는 시다를 책임진 어엿한 오야라니깐. 왕년의 자기 오야도 몬 알아보고 말이야." 종복이 거드름을 피우는 자세로 배를 쭉 내밀었다. 그 모습이 하도 우스워 동출이 배꼽을 잡았다.

 "A동은 잘 되가나?" "우리야 실내쪽을 하고 있으니. 거 참 B동은 아까보니 외벽공사를 하더마. 오늘 같이 날씨가 찌푸려있을 땐 위험할낀데. 각중에(갑작스레) 소나기라도 쏟아지면 우짤라꼬?" "글쎄. 십장이 상부의 지시라꼬 빨리 외벽을 마무리 지어야 된다 안 카나?" 참 시간에 국수를 먹고 나와 동출은 건물 바깥에서 자신이 작업한 부분을 올려다 보며 흐뭇한 미소를 날렸다. 그러면서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잔뜩 흐린 하늘을 바라보았다. 날씨는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 날 저녁 간주가 지급되었다. 정식 기술자로 지급된 수당이 포함되어서인지 평소보다 훨씬 많았다. 비록 며칠이 반영된 부분이었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퇴근길에 종복과 함께 속옷가게와 선물따위를 취급하는 가게에 들러 아내 것으로 속옷을 사고 민복에게 줄 만년필, 민석것으로는 수영복을 샀다. 아내는 도시로 이사와서도 시골에서나 입었던 하얀 속옷을 이번에는 멋을 내보라며 색깔있는 것으로 샀다. 민복은 만학도로 공부에 관심이 많으니 오랫동안 공부를 하는데 만년필이 긴요할 것 같아 샀고 민석은 가까운 곳에 전국에서 최고 유명한 해수장이 있어도 잘 이용 못하는 것 같아 이번 기회에 공부외에도 관심을 가지는 여유를 누려보라고 샀다. 종복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 쇼핑이라 쑥스러워 자꾸만 머리를 긁적였다. 간조를 탄 기념으로 종복이 식사를 샀고 2차로 동출이 대폿집에서 술을 마시고 민복이 돌아올 쯤 해서 늦은 시간에 귀가했다.

 "여보 당신 설마 이걸 나보고 입어라고 요란스런 이옷 사신 것 아니겠지예? 어이구 남사시러봐서 "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양례는 싱글벙글 했다.

 "아부지 제가 꼭 갖고 싶었던 물건입니더. 저도 얼마전에 엄마한테 아부지에게 좋은 일이 있었다는 소식 들었습니더. 축하 합니더. 이 만년필로 공부를 열심히 해서 제가 꼭 되고 싶은 사람이 되어서 효도 할께요. 그때까지 오래 오래 건강 하셔야 됩니더. 약속 할수 있지예?" "허허 누구 부탁 이라꼬 몬 들어 주겠노, 고맙다 민복아. 내 말만 들어도 배가 부르다." "아부지 며칠 있으면 방학인데 바로 해수욕장에 가 볼랍니더. 정말 고맙씁니더." "민석아 아부지는 말이다. 요즘 민석이 공부를 열심히 하던데 가끔은 운동도 하면서 균형있게 살아가라고 산 것이다 알겄제?" "아부지 그 말씀 가슴에 새기겠습니더." 민석은 아버지의 자상함에 가슴이 뜨끈해졌다.

 그날 밤 누구하나 할것없이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녘에 동출은 악몽을 꿨다. 옆에서 자던 양례가 동출의 이마에 솟은 식은 땀을 수건으로 닦아 줬다. 동출은 그러다가 하도 피곤해 다시 잠에 곯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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