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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산동네 <43>
꿈꾸는 산동네 <43>
  • 경남매일
  • 승인 2011.08.1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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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1화 명품 -2-

글 : 임 상 현  / 그림 : 김 언 미 <43>

           학생장에게 잘 보이려 치장하는 민경

“호호 어머! 그런가요? 선배님. 그럼 내일 회식장소에서 슬쩍 물어 볼게요 호호.”
 분위기가 정말 묘했다. 민경도 희진이처럼 대번에 생겨나는 호감으로 개인적인 질문을 할 뻔했다 상혁의 그 말에 아차 했다. 모르긴 해도 앞으로 그런 질문을 할 기회는 얼마든지 많을 것이다.

 

 그날 저녁이었다. 민경은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미용실로 달려가 불과 얼마 전에 손본 머리를 다시 손질했다. 짙은 노란색으로 염색한 부분이 좀 튀긴 해보여도 자신은 흡족했다. 미용실을 빠져나와선 백화점으로 가 마음에 드는 옷을 골랐다. 어릴 때부터 명품과 메이커에만 길들여온 자신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다음 날 있을 신입생 환영회에서 잘 보이기 위해 부쩍 신경을 쓰고 있었다. 상혁을 만난 뒤부터 그에게 눈에 띄기 위해 민경은 자신도 알 수 없는 분위기에 이끌려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보기에도 상혁에 대해 너무 많은 여학생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 그 점이 무척 신경 쓰였다. 민경은 그렇지만 모든 일은 진실이 통한다고 최선을 다해서 대하다 보면 기회를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동안 숱한 남자들을 사귀어 보면서 나름대로 터득한 방식이었다.

 고등학교 때만 해도 그랬다. 한번은 고 2에 있었던 지역축제 때 인근 남자고등학교와 합동으로 참가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 때 학교 대표생으로 각각 학교마다 몇 십 명이 참가해 같이 연습을 하곤 했는데 같은 여학생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졌던 인기 짱인 장동준이란 남학생이 있었다. 어떤 여학생에게도 꿈쩍 않던 그가 한 달 간의 끈질긴 시도 끝에 결국 축제가 있던 날 파트너가 되자 탄성을 자아내게 하지 않았던가. 한동안 그 일이 학교의 전설이 되었다. 물론 3학년 땐 각자 대학입시를 준비하면서 자연스레 멀어지긴 했지만.
 
 신입생 환영회는 학교 앞 중국요리집 북경성 연회장에서 있었다. 이날 갓 입학한 신입생 50여 명을 비롯, 2학년, 3학년 선배 등 백이십 여명이 성황리에 참석했다. 신입생 중에는 민경이 단연 돋보였다. 인물도 인물이지만 스타일이 멋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메이커 정장이 주는 고급스런 멋과 금발에 가까운 이국적인 스타일이 그곳에 참석한 남학생들의 시선을 대번에 사로잡았다. 특히 조상혁의 시선이 자주 민경에게 머물렀다. 민경은 짐짓 모른체 하면서도 상혁의 뜨거운 시선이 자신에게 머물 때면 은근한 미소로 화답했다. 그럴 때마다 상혁의 강렬한 눈동자가 이글거리며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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