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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산동네 <40>
꿈꾸는 산동네 <40>
  • 경남매일
  • 승인 2011.08.15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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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화 외식 -1-
글 : 임 상 현 / 그림 : 김 언 미

야간고 입학한 민복의 가족 외식

   불고기집 에서였다. 저녁 일찍 모처럼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여러 사정상 민복이 입학식장에 참석은 못해도 기념으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민복은 2년 여 만에 학생이 된 기쁨으로 들떠 있었다.

“민복아 미안테이. 입학식에도 못 가보고.”

“괜찮아요. 대신 이렇게 좋은 자리를 마련 했잖아요.”

“그래. 모처럼 가족끼리 하는 외식인데. 우리 다같이 건배하자.”

동출이 소주와 사이다를 시켰다. 그리고 잔에다 각각 그득히 따라 부었다.

“자 우리 집안의 기둥 민복이가 자랑스럽게도 고등학교에 들어갔데이. 비록 남들보다 약간은 늦었다캐도 직장이다, 학교다 척척 해 내는 것을 보이 니가 자랑스럽데이. 자 민복이를 위해 건배.”

“건배!”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기쁨에 넘치는 표정들로 잔을 부딪쳤다. 민복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방울이 맺힌다 싶더니 뺨을 타고 내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양례가 손수건을 꺼내 가만히 닦아 주었다.

“엄마, 아부지 고맙습니다. 그리고 민석이도. 제가 가족들 덕분에 다시 학생이 되었습니다.”

“민복아 우리사 도와 준기 뭐 있다고?”

옆자리의 양례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민복을 바라보며 말한다.

“아입니더. 시골에서 이사 오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이사도 선뜻 와주고. 저 혼자만 도시에 있다카면 학교는 엄두도 못 냈을 겁니더.”

민복은 그 대목에선 다시한번 가족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이사를 온 것이 꼭 민복이를 위해 온 것도 아니었고 모두가 잘살아 보자고 한 일인줄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민복이 그렇게 생각해 주는 것이 대견하고 기특하여 동출은 다시한번 가슴이 뜻뜻해 옴을 느꼈다. 요즘 들어와 분에 넘친 행복이 슬며시 불안감으로 자리 잡을 때도 있었다. 직장일만 해도 그랬다. 처음엔 고향 사람과 한 조가 되면 농땡이 치기 십상이라고 아예 종복과 한 조가 되지 못하도록 막던 십장도 요즘들어 완전히 달라졌다. 물론 나름대로 잘해보자며 두 사람이 합심하여 애쓴 노력도 있지만 완전히 심복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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