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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위한 공간이 왜 논란거리?
취재 위한 공간이 왜 논란거리?
  • 박재근
  • 승인 2011.08.07 1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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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칼럼이사/취재본부장
 관습도 판결에는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물며 각종 제도와 조직도 순기능만으로 굴러 가지는 않는다. 순기능도 역기능에 휘말릴 수 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순기능에 힘을 합하는 것이 상식이고 도리다. 그런데 어느 정권도 논란만 자초했을 뿐 명쾌하게 정리하지 못한 게 있다. 기자실이다. 올곧지 못한 정권, 이데올로기 문제 등 정권의 입맛에 맞게 재단하려는 것에서 비롯됐다.

 언론 환경의 변화는 1961년 5ㆍ16 군사 쿠데타에서 비롯됐다. 4ㆍ19 혁명 후 난립한 언론사의 폐해를 명분으로 통제하려 한 때문이다. 박정희 정부는 청와대 출입여부를 승인하는 아그레망 제도를 도입해 통제에 이용했다. 또 1972년부터는 프레스카드 제도를 통해 삐딱한(정권에 비판적이면) 기자는 NO다. 유효기간 1년인 이 카드를 발급받지 못하면 기자직은 끝이다. 이때부터 기자실의 배타적, 폐쇄적 운용이 자리했다. 전두환 정부의 언론정책은 정책이 아니다. 언론 통폐합은 보도지침을 통한 정보 통제 체계를 구축, 생존한 언론사에게는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특혜도 제공됐다.

 언론사 감소로 언론사 간 경쟁이 사라지고 기자실과 기자단은 뉴스보도를 위한 취재 시스템에서 특혜를 공유하는 배타적 조직으로 변질됐다. 1988년 노태우 정부가 출범한 후 신문의 창간, 복간으로 언론환경은 급변, 경쟁이 치열해졌다. 엠바고를 비롯해 기자실의 권언유착도 깨지기 시작했다. 2003년 참여정부가 개방형 브리핑룸 제도를 도입하면서 기자실이 폐지되기 시작했다. 이때 경남도를 비롯한 도내 각 시군 기자실도 프레스센터, 브리핑 룸 등으로 변형됐다지만 운영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확연하게 달라진 것은 촌지로 대변되는 권언유착의 단절이다. 이후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 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기자실을 부활시키기로 결정,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기자실과 기자단을 둘러싼 논쟁은 끝이 없다. 기자단내부에서도 그렇고 경남도청에서도 이런저런 말이 나도는 등 외부환경도 그렇다. 기자실에 상주하는 기자들이 모여 만든 단체가 출입기자단(出入記者團)이다.

 기자실의 배타적, 폐쇄적 운영은 분명 비판의 대상이다. 또 자체적인 논란도 일고 있다. 특히 인터넷 등 언론사가 늘면서 기자실 운영을 둘러싼 갈등이 표면으로 부상, 폐쇄를 주장한 몇몇 언론사는 기자단(간사제도) 및 기자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 언론도 명분일 뿐 실리(기자실 이용)는 다 누린다.

 기자실은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또는 각 지자체, 정당 등이 기자들에게 마련해준 공간이다. 기자실은 정보의 은폐와 왜곡을 막고 나아가 권력을 감시할 수 있다. 또 그 자체가 해당 관청이 정보를 공개하게 되는 등 알권리에 우선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기자실 폐지론은 대안 언론과 군소 언론의 취재원 접근을 차단, 누구나 누려야 할 언론의 자유가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출입제한 등 운영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출입기자단이 타 언론사의 출입을 제한하는 잣대는 독재정권의 잔재로 혁파돼야 할 첫 번째 대상이다.

 특혜를 공유하려는 배타적 기자실 운영이라면 폐지가 합당하다. 하지만 국민의 알권리 충족, 언론의 자유를 위한 취재공간은 순기능에 우선돼야 한다. 존치돼야 하는 이유다. 제한 없는 정보공개도 전제돼야 하며 완전 개방이 옳다. 프랑스 엘리제궁의 경우 출입기자가 되기 위한 제한이 없다. 미국도 출입기자실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경남도청도 그래야 한다. 이를 위해 언론에 대한 노이즈마케팅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재단하려는 것은 안 된다.

 한국의 언론, 정권에 비판적인 신문사에는 광고가 끊겼다. 그 당시 성금이 국민광고로 이어졌다. 또 검열도 행간의 의미를 전하려는 기자들을 막지 못했다. 이 같은 척박함에도 국민과 함께 언론 민주화의 꽃을 쟁취했다. 그래서 향기가 더 짙다. 취재를 위한 최소한의 공간이 왜 필요한지는 역사가 반면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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