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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판 매관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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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재근
  • 승인 2011.07.24 2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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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이사/취재본부장
 김두관 경남지사는 남해군수 때 돈 봉투를 되돌려 준 경험이 있다고 했다. 모 시장은 금품로비 방지책으로 집무실에 CCTV설치를, 또 다른 시장은 집무실을 민원실로 옮겼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장을 대상으로 한 금품로비 시도가 계속된다는 점은 자치단체장에게 비리 유혹이 꼬리를 문다는 것이다. 또 비리의 사슬이 독버섯처럼 만연하다는 증거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는 전국의 시장 군수가 국민을 놀라게 만들었다.

 감사원이 작년 11∼12월 전국 65개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인사 분야 감사 결과 49개 기관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무려 조사 대상의 75%에서 비리가 적발됐다고 하니 충격적이다. 소문이 사실로 드러난 것만 해도 이 정도인데 나머지 지자체에 대해 모두 조사할 경우 얼마나 더 적발될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인사비리는 그 조직의 수장인 단체장이 그 단초다. 그래서 심각함이 더하다. 또 공조직의 인사비리는 악성 바이러스와 같다. 모든 분야에 걸쳐 부패의 싹을 틔우는 원인이기 때문이다.

 경남도내 일부 지자체 안팎에서도 ‘사무관 3천만∼5천만 원, 서기관 5천만 원 이상’이란 풍설이 공공연히 나돌기도 했다. 승진을 청탁하려면 돈 봉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축난 돈을 메우려면 또 다른 비리를 저지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부패의 동선은 끊이질 않고 있다.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민선 4기 기초단체장 230명 중 43.9%인 101명이 각종 비리로 기소됐다. 경남의 경우도 최근 전 현직 함양군수가 줄 구속 되는 등 자치제 후 창녕 2명, 거제 2명 등 모두 15명의 단체장이 뇌물수수 등으로 불명예 퇴진했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헤겔의 명언이 부패의 역사를 직시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우리는 부패공화국이란 낙인이 찍혔다. 한 치 오차도 없다.

 1980년 ‘서울의 봄’도 막장은 신군부의 부패척결이 대세였다. JP(김종필 전 총리)는 부정축재자로 낙인찍혀 목장을 잃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릴 권력을 누렸던 그도 신군부 사정칼날은 피해가지 못한 것이다. 그 서슬 퍼런 신군부도 부패의 유혹엔 무릎을 꿇었다. 읍ㆍ면 할 것 없이 전국 최소단위 관공서마다 슬로건이 걸렸고 줄기차게 외친 ‘정의사회 구현’도 빈 수레였다. 신군부의 주역인 전두환ㆍ노태우 두 대통령마저 수감되는 신세로 추락했으니 말이다. 또 취임사에서 부정부패 척결을 내건 대통령, YS(김영삼 전 대통령)도 측근 비리로 국민 앞에 고개를 떨어뜨렸다. 여야로 정권이 바뀐 후에도 부패는 생명력은 강해 권력의 심장부를 파고드는 등 단절은 없었다. 결국 DJ(김대중 전 대통령)는 아들 셋이 법의 심판대에 서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반칙 없는 사회’를 주창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측근들이 저지른 수많은 ‘반칙’에 장탄식한 바 있다. 최근 MB(이명박 대통령)는 취임 후 강부자(강남 땅부자),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을 두고 폐쇄적 정실인사란 비난을 받았다. 정실인사가 판치면 부정부패에 대한 상호 견제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아랫물은 어떤가. 전국의 시장 군수가 행한 측근 정실인사가 문제다. 감사원이 밝혀낸 전국 지방자치단체 65곳의 감사 결과는 고질적인 지자체 인사비리를 재확인하게 한다. 단체장이 측근을 승진시키기 위한 근무성적평정 조작, 친인척을 위한 채용기준 변경도 드러났다.

 지난 2월 모 시장의 조카며느리는 공무원 17명에게서 인사 청탁과 함께 1억5천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친ㆍ인척까지 나선 승진장사는 신판 매관매직일 다름이다. 이런 판에 공복의 자세를 지키며 능력을 인정받고 일만 성실히 잘하면 승진할 수 있다는 의식이 뿌리내릴 리 없다. 공무원들은 곁눈질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단체장은 무소불위다. 막강한 권한을 쥔 단체장의 탈법적 횡포가 지자체를 골병들게 만드는 원인이다. 끈끈한 정실의 고리, 부패의 사슬부터 끊어야 한다. 윗물 탓만 할 일이 아니다. 아랫물도 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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