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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탈 쓴 속물은 ‘민나 도로보데스!’(모두 다 도둑놈들)
공직 탈 쓴 속물은 ‘민나 도로보데스!’(모두 다 도둑놈들)
  • 박재근
  • 승인 2011.07.10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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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칼럼이사/취재본부장
 경남의 공직기강이 엉망이다. 인허가를 거머쥔 군수와 경남도내 공무원들이 줄 구속되는 등 비리가 끊일 질 않고 있다. 관자(管子) 목민편(牧民篇)에 국가를 유지하는 4대강령(四維)이 있다. 하나가 끊어지면 나라가 기울고(傾), 두 가지가 끊어지면 나라가 위태롭고(危), 세 가지가 끊어지면 나라가 뒤집어지고(覆), 네 가지가 끊어지면 나라가 멸망(滅)한다. 기울어진 것은 바로 잡을 수 있고(正), 위태로운 것은 안정시킬 수 있으며(安), 뒤집어진 것은 일으킬 수 있지만(起), 나라가 망하면 다시 일으킬 수 없다며 부패가 망국의 지름길임을 직시했다.

 조선시대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부하를 통솔하는 방법은 위엄과 신뢰인데, 위엄은 청렴에서 나오고 신뢰는 성실에서 나오는 것이니, 성실하고도 청렴해야 뭇 사람을 복종시킬 수 있다”고 했다. 즉, 청렴해야 위엄을 세울 수 있고 성실해야 백성들로부터 신뢰를 받는다는 것이다. 또 다산은 청백리도 등급을 나누는 등 공직자의 올바른 몸가짐을 강조한 바 있다. 그렇다고 공직자에게 조선시대의 청백리(淸白吏)같은 삶을 요구할 수는 없다. 그것은 도민들에게 무소유의 삶을 살라는 주문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공직자에게 청백리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공인의식은 기본이다. 공인의식이 없다면, 공직의 ‘탈’을 쓴 속된 무리와 무엇이 다른가.

 우리에게 지난 세월도 소중하지만 더욱 소중한 것은 앞으로의 삶일 것이며, 아무리 좋은 계획도 실천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청렴은 작은 일부터 실천해야 하는데도 경남도내 공직사회의 부패지수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도는 2010년부터 이어진 청렴도 탈 꼴지를 위해 올인 했다. 신고포상금 액수를 1억 원으로 높였다. 도정 청렴도에 대한 자체 모니터링도 강화했다. 도는 민원실과 도지사실을 직통으로 연결하는 전화를 비롯해 ‘인터넷 신문고’도 가동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도청 전 직원들 명함에 부조리 신고 제보전화를 의무적 기재와 직원들 컴퓨터 바탕화면에 ‘청렴생활 10계명’을 깔도록 했다. 이 같은 조치는 청렴도 점수높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불거진 공직자들의 비리로 인한 줄 구속은 부패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도 백약이 무효임이 입증된 결과다. 한결같이 ‘갑’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도 및 시군 공무원들의 비리 행태가 또한 가관이다. 최근 드러난 공직자들의 비리는 도덕성 해이(解弛)와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준다. 말로는 하나같이 투명행정을 내세우지만 조직의 일각은 여전히 부패로 곪고 있다는 얘기다.

 경남도내 곳곳에서 곪아 터지는 지방행정 기관의 이 같은 비리는 건축, 환경, 수산, 보건 등의 담당부서에서 인허가 또는 단속권한을 악용한 것으로 비리 내용은 시정잡배의 갈취 행위와 다를 게 없다. 특히 경남도는 최근 공공기관의 청렴도 조사 결과 꼴지 수준이어서 불명예를 씻기 위한 각종 대책도 공염불에 그쳤다. 따라서 뭔가 구호성에 그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다. 공직의 물이 이처럼 흐린데 ‘공정사회 구현’을 외쳤다니 이런 코미디도 없다. 그래서 부정부패의 근원을 없애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민들은 자신들의 혈세로 이들의 배를 불렸다는 배신감에 치를 떨 것이다. 자기관리가 엄격해야 할 공직자들조차 뇌물에 휘둘려 아무런 거리낌 없이 탈법을 일삼았다는 사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조직이 이 모양이니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근무기강을 바로잡고, 본연의 업무에 소홀함이 없는 기관으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경남도민들에게 꼭 보여주기 바란다.

 ‘민나 도로보데스!(모두 다 도둑놈들!)’는 30년 전에 크게 유행했던 말이다. 1982년 방영된 TV드라마 거부실록에서 공주갑부 김갑순(1872~1961)이 입만 열면 한 말이다. 지금 경남도민들이 느끼는 감정은 ‘민나 도로보데스’가 아닐까한다. 공직의 탈을 쓴 속물은 ‘민나 도로보데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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