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4:08 (토)
꿈꾸는 산동네 <10>
꿈꾸는 산동네 <10>
  • 경남매일
  • 승인 2011.06.30 18: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3화 악몽 <5>
글 : 임 상 현 / 그림 : 김 언 미

 민복은 오늘도 별 수 없이 라면이구나 하고 서랍장을 뒤졌지만 라면이 남아 있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냉장고에서 우유 한 잔을 마시고 힘없이 방으로 들어섰다. 저녁까지 굶은 데다 하루 종일 걸은 탓에 피곤하여 깜빡 잠이 들었다.

 민복이 밖에서 떠드는 소리에 잠에서 깼을 땐 동호백부와 큰어머니가 민경을 배웅하고 돌아와 있을 때쯤이었다. 민복이 잠결에 부스스 일어나 인사하러 나가던 순간 들려온 연숙의 소리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어이구 우리 애기 집 잘보고 있었네. 걔는 자나보네. 자 니가 사오라던 고급쿠키다. 안에 안들리게 조심조심 먹어 응." 배고픔과 요의를 느꼈지만 민복은 방바닥에 주저앉아 한참을 웅크리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민복은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가방을 주섬주섬 챙겼다. 어젯밤 저녁도 걸렀지만 서운한 감정이 남은 탓에 식욕도 별로 동하지 않았다. 먹는 음식에서 마저 자신이 배제될 만큼 이곳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자신은 하루라도 빨리 떠나는 길이 상책임을 느꼈다. 게다가 전날 밤에 동호백부와 있었던 야릇하면서도 끈적거리는 불쾌감이 서서히 되살아나고 계속 이곳에 머물렀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를 불길한 예감까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사실 그 때 이후 동호백부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얼른 자리를 피하고 있었다. 아무 잘못도 없는 자신이 마치 죄인이라도 된 듯 뒤죽박죽 되어버린 기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출근하는 동호 차에 병철이 같이 나가는 것을 집밖까지 배웅하고 돌아온 연숙이 민복을 보고 의아스럽다는 듯 묻는다.

 "가방은 직장을 알아본 뒤 천천히 가져가도 될텐데." "저는 들고 다니는 게 오히려 더 편해요. 안녕히 계세요." "안녕히 계세요? 꼭 다시 안볼 것처럼 인사하네. 호호." 민복은 전 날 둘러본 공장 중 확실히 모집을 하던 곳만 골라 찾아갔다. 그 중에 괜찮아 보였던 봉제공장 성창방직은 여자 미싱보조 직원을 모집하고 있었다.

 공장장이 민복을 세세히 살펴보고 고향과 학력을 물은 뒤 오후에 바로 출근하라고 하며 반장을 불렀다.

 "어이! 박 반장. 이 아가씨 일하기로 했으니 오후부터 완성반 미싱보조로 투입시키기 전에 이력서 받아놓고 기숙사도 안내 좀 해주지." "알겠습니다." 민복은 반장이 내미는 이력서에다 꼼꼼히 주소와 학력등 인적사항을 기재하기 시작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