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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만 주는 아동 전자카드 급식
상처만 주는 아동 전자카드 급식
  • 임채용 기자
  • 승인 2011.05.24 2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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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따돌림우려 지정가맹점 이용 기피, … 실효성 낮아
 양산시가 결식아동 급식을 위해 기존 상품권 지급체계를 전자카드제로 바꾸면서 실질적인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다 카드수수료만 가맹점들이 부담해야 하는 역효과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결식아동들은 시에서 지정하는 가맹점들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자칫 학생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우려해 이를 이용하지 않거나 꺼리게 되는 맹점까지 안고 있어 재검토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시는 그동안 상품권으로 지급해 오던 급식체계가 매월 상품권 구매 및 수작업을 통한 발급, 보조금 집행시 실시간 현황파악 불가, 이중지원 및 부당사용 통제 불가 등의 행정적 난맥과 분실 및 훼손, 급식 이외의 용도 사용 등 아동들의 불편 때문에 5월부터 전자카드를 전격 도입했다.

 그러나 기존 상품권의 경우 농협 하나로 마트 통해 식품을 구입해 급식에 이용할 수 있으나 카드는 가맹점에서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한정된 음식만을 구입할 수 밖에 없고 1회 사용한도 1만 원 1끼당 4천 원으로 책정된 금액으로는 제대로 된 급식을 제공받기는 사실상 힘든 실정이다.

 또 가맹 음식점에서만 카드를 사용할 수 있고 카드를 이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질까 급식아동들이 크게 우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북부동 김영식 군(가명ㆍ11세)은 "학교 앞이나 집 근처에서는 다른 친구들이 볼까 겁이나서 사용하지 않고 일부러 다른 동네 음식점을 이용하고 있다"며 "지역아동센터에 가는 것도 어릴땐 괜찮았는데 지금은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경기도 일선 시ㆍ군에서는 카드제 시행 결과 이런 문제들 때문에 전체 이용률이 30%에 그치자 이를 전격 철회했고 현재 이를 시행하는 시ㆍ군도 전국에서 불과 5개 지역 안팎에 불과한 형편이다.

 이런 문제들과 함께 운영 및 도입과정에서의 문제점들도 돌출되고 있다.

 올해 4천199명의 아동들을 위해 모두 18억4천만 원의 예산이 책정됐는데 카드 이용시 가맹점들이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만 2천7백60만 원(1회당 1.5%인 60원)으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 됐다.

 양산시의회 정석자 의원(민주당 비례대표)는 "시가 카드제 도입계획을 지난 2월에 수립, 3월 전문업체와 협약을 맺고 5월부터 시행에 나서기로 했으면서도 정작 시의회와는 5월2일 한 차례 설명회를 갖는 등 절차상 문제점을 노출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에 양산시 관계자는 추가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이 아니라서 시의회에 별도 보고할 사항이 아니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로 시행하는 아동급식 제도가 자칫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고 제대로 된 급식이 될 수도 없는 상황도 염두에 두고 시행에 나섰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임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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