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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무얼 원하는지 아는 여성 되세요"
"스스로 무얼 원하는지 아는 여성 되세요"
  • 박여진 기자
  • 승인 2011.02.23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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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여성회 김경영 회장
▲ 경남여성회 김경영 회장의 웃음이 참 좋다. 10여년간 여성들을 위해 노력해온 세월이 담겨있다.

호주제 대해 남편과 다퉈
여성들부터 생각을 바꿔야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 속 주인공 안토니아는 이혼한 뒤 열 여섯 살 된 딸인 다니엘과 엄마가 있는 고향으로 돌아온다. 마을에서 외면받는 사람들과 서로를 감싸안으며 더불어 살아가는 장면은 우리에게 깨달음을 준다.
 1986년 4월 마산 창동부림시장에서 북카페 `반`이 개소됐다. 그 곳에서는 여성학 모임이 이뤄졌다. 당시 참여했던 여성들이 경남여성회의 1세대들이다. 학교 촌지 거부 운동이라든가 여성공무원 채용 차별 시정 등에 대해 시위하기도 했다. 기저귀 가방에 유인물을 넣고 나르던 시절이었다.
 경남여성회 김경영 회장은 1999년부터 10여 년간 여성운동과 함께 해왔다. 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하다 결혼을 했다. 아이들을 낳아 키우고 있었는데 주변 제안으로 시작됐다. "학교 다닐 때 총여학생회장을 맡기도 했지만 여성운동의 의미를 크게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근데 아이들을 키워보니까 그제서야 제대로 보이더군요"
 "여성운동을 두고 결국 자기 가치를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냐고들 해요. 그것보다는 다른 사람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주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입니다. 서로 다른 부분을 인정해주고, 개개인이 존엄하게 대우받아야 함을 깨닫게 하는 거죠"
 개인적인 어려움도 있었다. "시작할 당시 실무자로 일을 했는데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남편과도 매일 싸웠어요. 결국 상근직을 그만 둬야 했죠. 매일 호주제 폐지에 대해 토론을 나누면서 남편과 다투기도 했던 그 시기가 생각해보면 가장 힘들었어요"
 물론 그 어려움을 감당해낼 만큼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 더 많다. 호주제 폐지는 여성운동의 큰 성과이기도 했다.
 여성학 공부로 인해 생각이 점점 변해갈 때도 신기하다. "여성이라서 차별받은 적이 거의 없었다는 30대 여성이 여성학 공부를 해가면서 자신이 오빠와 차별을 받아왔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더라구요. 공부를 통해 먼저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인간내면의 숙제 등을 끊임없이 찾아 가고 있는 여성이 많아진다는 것이 가장 뿌듯하죠"
 여성문제와 운동은 굉장히 포괄적이다. 올해로 25주년을 맞는 경남여성회는 여럿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성주의 교육, 소모임을 비롯해 마을도서관, 평생학습시설, 아동복지사업 등을 진행하는 중이다.
 올해는 여성정치학교를 운영하거나 의정활동 모니터링 등 여성들이 현실에서 꿈꾸는 것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배우고 준비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에 주력할 생각이다. 그동안 활동해 온 것을 담는 25주년 자료집도 만들 예정이다.
 또 여성들의 자조모임과 기행, 문화체험 행사들도 진행한다. "여성들이 조직화 되고 싶어하는 욕구도 있는 것 같아요. 기댈 곳이 있다는 생각에 힘을 내고 있는 것 같아 저희도 책임감을 많이 느낍니다"
 "개개인이 우수한 여성이라 하더라도 전체 현실에서 본다면 여성은 여전히 빈곤하고 차별 받고 있습니다. 여성들부터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뒤집어서 생각해 볼 것들이 많습니다. 당당히 사회구성원 한 사람으로서 생각해보는 습관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박여진 기자>
 yjpark@gn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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