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1:32 (토)
이주의 개봉 영화 `만추`
이주의 개봉 영화 `만추`
  • 정미영 기자
  • 승인 2011.02.18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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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다고 생각한 순간 다가온 사랑이…"
▲ 늦가을의 스산한 정취와 가슴 아리는 사랑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영화 `만추`의 한 장면.
늦가을, 낯선 곳서 만난 남녀의 3일간 사랑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안개 속에서 시애틀 거리를 걸어가는 두 사람, 영화 `만추`는 늦가을 쓸쓸한 정서를 한껏 품어 안고 있다.

 두 남녀는 서로가 가장 힘든 시기에 만나 3일간 사랑에 빠진다.

 외도를 의심하는 남편과 지긋지긋한 결혼생활을 하던 애나(탕웨이)는 어느 날 끔찍한 폭행을 당하다 우발적으로 남편을 살해한다. 교도소에서 모범수로 생활하던 어느 날 어머니의 부음 소식을 전해듣고 7년 만에 외출을 허락받는다.

 시애틀로 향하는 버스 안. 무덤덤하게 창밖을 바라보던 애나에게 껄렁껄렁한 인상의 훈(현빈)이 다가와 버스비가 부족하니 30달러를 빌려달라며 손목시계를 건넨다.

 훈은 애나의 도움으로 버스를 타는 데 성공하고 시애틀까지 가면서 애나에게 `작업`을 걸지만 그녀의 반응은 싸늘할 뿐이다.

 시애틀에 와 헤어진 둘은 하루가 지나고 나서 길거리에서 다시 만나고, 재산 다툼을 벌이는 형제 자매들에게 실망한 애나는 우발적으로 훈에게 함께 있자며 모텔로 향한다.

 국내에서만 3번째 리메이크 된 김태용 감독의 `만추`는 탕웨이의 영화다. 탕웨이는 영화의 시작과 끝을 차지하고, 카메라는 탕웨이의 동선을 담는데 치중한다.

 애잔한 기타소리와 추적추적 내리는 빗발을 맞는 애나와 훈, 그리고 애나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오프닝의 리듬감과 음악 없이 롱테이크(길게찍기)로 잡은 앤딩의 단아함은 은은한 듯 강렬하다.

 우울한 정서를 한 번에 떨쳐버릴 듯한 환상적인 장면도 있다. 먼발치에서 사랑 다툼을 하는 두 남녀를 보면서 애나와 훈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그것. 판타지처럼 두 남녀는 갑자기 춤을 추기도 하고 공중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영화의 전반적인 정서와는 맞지 않을 수 있으나 둘의 영글어가는 사랑을 환상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 만한 대목이다.

 탕웨이는 사연 많은 여인의 얼굴로 등장하는데 과장하지 않는 섬세한 연기로 영화의 격을 끌어올리며 완벽하게 소화했다. 대사가 아닌 표정으로 답답함과 분노를 애써 억누르는 그녀의 절제된 연기는 일품이다.

 현빈 역시 껄렁껄렁한 모습을 보이지만 모든 상황에 자연스럽고 잔정많은 역할을 충분이 소화했다.

 늦가을의 스산한 정취와 가슴 아리는 사랑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만추`는 분명히 장점이 많은 영화다. 15세 이상 관람가.

<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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