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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 버린 카드인가
지방은 버린 카드인가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1.02.14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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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이사/취재본부장
 서울, 서울공화국은 블랙홀이다. 이른바 정치 경제 문화 체육 등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

 그런데도 상생은 뒷전이고 모든 것을 뺏으려 한다. 신공항이 그렇고 수도권규제완화를 들고 나온 것도 그렇다. 서울 언론도 덩달아 수도권만의 서울공화국을 가속화하고 부추기고 있다. 지방은 들러리란 인식이다.

 그래서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지방은 `내부 식민지`(internal colony)다"고 비판했을 것이다. 그는 또 서울의 들러리 같은 지방 현실에 대해 "지방은 거지인가?"라고도 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일까? 다산 정약용은 유배 중에도 서울에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아들에게 전했다. "운명의 수레는 재빨리 구르며 잠시도 쉬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달리 서울 문밖에서 몇 십 리만 떨어져도 태고(太古)처럼 원시 사회라 서울 가까이 살면서 문화(文華)의 안목을 잃지 않아야 한다. 자손 대에 이르러서는 과거에 응시할 수 있고 나라를 경륜하고 세상을 구제하는 일에 뜻을 두어야 한다"고 전했다 한다.

 1789년 정조 시절 서울 인구는 18만 9천153명. 전국 740만 3천606명의 2.5%에 그칠 뿐이다. 그러나 문과 급제자 1만 2천792명 중 서울 출신이 5천502명(43.1%)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을 정도였으니 다산의 서울고집은 과거를 통한 벼슬살이가 유일한 길이었던 그 시대, 당연했으리라 여겨진다. 하지만 지금이 어느 땐가.

 # 그 대표적 사례가 동남권 신국제공항이다. 과하지만 신공항 입지 선정을 둘러싼 영남권 지자체의 경쟁은 당연한 것 아닌가. 이를 기화로 `신공항 무용론` `신공항 망국론`을 서울 언론 등 곳곳에서 쏟아내는 형국이다. 또 선거를 통한 "정치공항"을 지적, 지방공항의 적자타령도 연일 흘리고 있다. 물론 전국 14개 공항 중 청주 등 11개 공항은 2009년 48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매년 10억~70억 원대의 적자 행진을 벌인다.

 하지만 한국공항공사는 2009년 김포와 김해, 제주 등 3개 공항에서 1541억 원의 흑자를 냈다고 밝혔다. 특히 김해공항 등에서 낸 흑자로 적자 공항을 먹여 살리느라 정작 시설 개ㆍ보수를 제때 하지 못해 노후화하고 있다. 또 김해는 군사공항이고 지형의 여건상 규모화에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복수관문과 안보적 측면에서도 요구되는 것이 신국제공항이다. 신국제공항 건설은 1천300만 명인 영남권의 생존문제고 제 2수도권으로 하는 국가전략산업이다.

 인천공항 한 곳인 ONE-PORT란 수도권의 달콤한 유혹은 향후 국가발전의 적인 독(毒)이 될 뿐이다. 떠오른 뜨거운 감자를 방치하면 불을 몰고 올수도 있지 않은가.

 # 또 다시 불거지고 있는 수도권규제완화다. 고질적인 병폐가 지축을 흔들듯 들썩거리고 있다. 수도권이 사람과 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고, 지방은 점점 위축되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주소다. 가뜩이나 불균형이 심한데 수도권을 더 강화해야 한다며 개발 후 넘쳐난 물을 받아먹으라는 식이다.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수도권 출신 한나라당 의원 44명 등이 중심이 돼 9월 정기국회에서 전면적인 수도권 규제 완화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전략이다.

 이들이 추진하는 `수도권의 계획과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은 4년제 대학 신설 금지, 기업입지 규제, 대규모 개발사업 규모 제한 등 수도권 과밀화를 막기 위해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의 폐지를 골자로 하고 있다.

 결국 수도권에 대한 규제를 풀어 더 많은 기업과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오게 만든다는 것이다. 중앙이 발전하면 그 수익을 지방에 나눠주면 된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들이대니 기찰일 아닌가. 지방은 거지가 아니다.

 인프라가 갖춰진 수도권과 그렇지 않은 지방 중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상생의 발전을 위해서는 `수도권정비계획법`등 적정한 경제정책의 조합(Mix)운영이 더욱 요구된다. 서울블랙홀에 더해 수도권 규제완화를 추진하는 것 자체가 오만과 편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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