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상생은 뒷전이고 모든 것을 뺏으려 한다. 신공항이 그렇고 수도권규제완화를 들고 나온 것도 그렇다. 서울 언론도 덩달아 수도권만의 서울공화국을 가속화하고 부추기고 있다. 지방은 들러리란 인식이다.
그래서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지방은 `내부 식민지`(internal colony)다"고 비판했을 것이다. 그는 또 서울의 들러리 같은 지방 현실에 대해 "지방은 거지인가?"라고도 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일까? 다산 정약용은 유배 중에도 서울에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아들에게 전했다. "운명의 수레는 재빨리 구르며 잠시도 쉬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달리 서울 문밖에서 몇 십 리만 떨어져도 태고(太古)처럼 원시 사회라 서울 가까이 살면서 문화(文華)의 안목을 잃지 않아야 한다. 자손 대에 이르러서는 과거에 응시할 수 있고 나라를 경륜하고 세상을 구제하는 일에 뜻을 두어야 한다"고 전했다 한다.
1789년 정조 시절 서울 인구는 18만 9천153명. 전국 740만 3천606명의 2.5%에 그칠 뿐이다. 그러나 문과 급제자 1만 2천792명 중 서울 출신이 5천502명(43.1%)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을 정도였으니 다산의 서울고집은 과거를 통한 벼슬살이가 유일한 길이었던 그 시대, 당연했으리라 여겨진다. 하지만 지금이 어느 땐가.
# 그 대표적 사례가 동남권 신국제공항이다. 과하지만 신공항 입지 선정을 둘러싼 영남권 지자체의 경쟁은 당연한 것 아닌가. 이를 기화로 `신공항 무용론` `신공항 망국론`을 서울 언론 등 곳곳에서 쏟아내는 형국이다. 또 선거를 통한 "정치공항"을 지적, 지방공항의 적자타령도 연일 흘리고 있다. 물론 전국 14개 공항 중 청주 등 11개 공항은 2009년 48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매년 10억~70억 원대의 적자 행진을 벌인다.
하지만 한국공항공사는 2009년 김포와 김해, 제주 등 3개 공항에서 1541억 원의 흑자를 냈다고 밝혔다. 특히 김해공항 등에서 낸 흑자로 적자 공항을 먹여 살리느라 정작 시설 개ㆍ보수를 제때 하지 못해 노후화하고 있다. 또 김해는 군사공항이고 지형의 여건상 규모화에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복수관문과 안보적 측면에서도 요구되는 것이 신국제공항이다. 신국제공항 건설은 1천300만 명인 영남권의 생존문제고 제 2수도권으로 하는 국가전략산업이다.
인천공항 한 곳인 ONE-PORT란 수도권의 달콤한 유혹은 향후 국가발전의 적인 독(毒)이 될 뿐이다. 떠오른 뜨거운 감자를 방치하면 불을 몰고 올수도 있지 않은가.
# 또 다시 불거지고 있는 수도권규제완화다. 고질적인 병폐가 지축을 흔들듯 들썩거리고 있다. 수도권이 사람과 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고, 지방은 점점 위축되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주소다. 가뜩이나 불균형이 심한데 수도권을 더 강화해야 한다며 개발 후 넘쳐난 물을 받아먹으라는 식이다.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수도권 출신 한나라당 의원 44명 등이 중심이 돼 9월 정기국회에서 전면적인 수도권 규제 완화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전략이다.
이들이 추진하는 `수도권의 계획과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은 4년제 대학 신설 금지, 기업입지 규제, 대규모 개발사업 규모 제한 등 수도권 과밀화를 막기 위해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의 폐지를 골자로 하고 있다.
결국 수도권에 대한 규제를 풀어 더 많은 기업과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오게 만든다는 것이다. 중앙이 발전하면 그 수익을 지방에 나눠주면 된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들이대니 기찰일 아닌가. 지방은 거지가 아니다.
인프라가 갖춰진 수도권과 그렇지 않은 지방 중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상생의 발전을 위해서는 `수도권정비계획법`등 적정한 경제정책의 조합(Mix)운영이 더욱 요구된다. 서울블랙홀에 더해 수도권 규제완화를 추진하는 것 자체가 오만과 편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