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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면도강(無面渡江)
무면도강(無面渡江)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1.02.14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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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남권 신국제공항 입지 선정을 놓고 경남 등 4개 시ㆍ도와 부산시가 사활을 건 경쟁이 도를 넘어선 가운데 청와대와 정부로부터 3월 입지 결정을 연기하거나 계획 자체를 백지화하는 방안이 나오다가 또다시 선정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여하튼 어느 쪽이 ‘신공항 전투’에서 승리하든 후유증이 만만찮을 것이다. 경남 등에 유리하게 전개되는 입지 선정이 예상대로 결론이 나더라도 부산시가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도 있어 이래저래 문제다.

 중국 진(秦)나라 말 유방(劉邦)과 항우(項羽)가 천하 패권을 놓고 해하(垓下)에서 운명을 건 한판 승부를 펼쳤다. 마지막 전투에서 패한 항우는 군사 800여 명을 끌고 탈출을 시도하다 우장강(烏江)에 이르렀다. 부하가 우장강을 건넌 후 재기할 것을 권했지만 항우는 강동사람 볼 면목이 없다면 스스로 목을 찔러 죽었다. 항우의 마지막 죽음에서 나온 ‘실패하고 고향에 돌아갈 면목이 없다’는 무면도강(없을 無, 얼굴 面, 건널 渡, 강 江)을 곱씹어야 하는 상황에 우리는 빠지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신공항 입지가 결정 난 후 지역구민들에게 볼 낯이 없다며 고향 오길 꺼릴 정치인들이 한둘이 아닐 터인데, 역발산(力拔山)의 기개(氣槪)를 가졌지만 우장강에서 생을 마쳤던 항우의 심정을 그들이 십분의 일이라도 그때 헤아릴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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