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20:05 (금)
이제는 협상이다
이제는 협상이다
  • 오태영 기자
  • 승인 2011.02.10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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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태 영창원취재본부 부장
 대규모 지역사업을 놓고 정치권, 특히 정부ㆍ여당이 뒤집어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에 들어가 있는 사업은 국제과학비즈니벨트와 동남권신공항.

 지역차원에서 머물던 유치전이 입지선정이 가까워지자 중앙정치무대까지 옮겨 붙었다. 출신지역간 국회의원들이 친이ㆍ친박 등 계파를 가릴 것 없이 자기지역 유치를 위해 접입가경의 설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치전이 과열양상을 보이자 정부가 동남권신공항을 백지화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전선은 정부를 향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러한 양상의 배경에는 물론 내년 총선과 대선이 있다.

 유치에 실패한 지역은 내년 총선을 포기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절박감이 그것이다.

 정부가 작년 2월 관련법을 통과시키면서 유치지역을 못박지 않자 MB가 대선공약으로 과학벨트를 두겠다고 한 충청권의원들이 먼저 들고 일어나면서 시작된 설전은 대구경북과 호남권까지 가세하면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과학벨트는 경기도, 대전ㆍ충남ㆍ충북, 전북, 광주, 경남이 유치전에 뛰어들었고, 동남권 신공항은 경남, 대구ㆍ경북ㆍ울산이 미는 밀양과, 부산이 밀고 있는 가덕도 사이에 한치의 양보도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동남권신공항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 핵심에서 3월로 예정된 입지결정 발표를 연기하거나 원점에서 재검토, 김해공항 증축론 등의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관련지역이 발끈하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에는 꼭 필요하지도 않는 신공항에 10조 이상을 투입하는 게 과연 옳으냐는 회의적 시각이 있다.

 3년 째 신공항 유치에 목을 맨 양지역에서는 허탈감을 이기지 못한 분노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사실 대형국책사업은 경제성, 효율성 등 합리적 잣대만으로 결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수 밖에 없는 게 그동안의 경험이고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제와서 투자효율성을 따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문제를 키운 것은 좌고우면하면서 입지선정을 미룬 정부ㆍ여당에 있다.

 총선과 대선이 가까워지자 정부와 지역국회의원들이 갑론을박하는 모습은 보기 안쓰럽다 못해 한심스럽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최근의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안일했다고 할 수 밖에 없고, 예상했다면 무책임하다고 해야 마땅하다.

 무엇을 선택해도 매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정부는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백지화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갖고 놀았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관련자치단체도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 보여준 민심을 볼모로 한 ‘모 아니면 도’식 다걸기 형태의 무한투쟁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와 관련자치단체가 원칙을 세우고 협상의 통로와 협상 가능성을 높이는 차선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책사업 입지선정이 정치과정의 하나라면 정치는 협상과 대화라는 금언을 새길 필요가 있다. 원칙을 세우되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 방식에 정부와 자치단체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를테면 입지선정에서 밀려난 자치단체에는 다음 국책사업에 우선권이나 특별가산점을 주는 식의 방식도 고려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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