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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패권주의`에 경남 경고장
`서울 패권주의`에 경남 경고장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1.02.07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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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이사/취재본부장
 길은 번영의 상징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것도 동서로, 남북으로 로마 가도란 길이 뻥 뚫려 로마가 전 유럽을 제패했던 것에서 비롯됐다. 동ㆍ서양 교류의 길인 실크로드가 그랬고, 아메리카 신대륙의 발견도 바닷길에서 비롯됐다. 그 당시의 길이 가도와 뱃길이라면 이제는 하늘 길이다.

 이 같은 길의 중요성을 감안, 세계로 연결하려는 통로가 동남권 신국제공항이다. 길이란 지나가는 길목은 번창한 반면, 비켜간 곳은 쇠락의 길을 걷는데서 보듯, 재화는 물론 문물 등이 함께 넘나든다. 그래서 길을 연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수도권 쏠림을 막고 향후 영남권이 제 2의 수도권으로 개발돼, 대한민국의 버팀목이 되는 국가발전전략에서 비롯된 동남권 신국제공항은 하늘길이 열리기도 전에 날아가 버릴 조짐이다.

 신공항 건설을 둘러싸고 경남, 대구경북 울산시가 함께 밀양을 입지로 밀고 부산은 가덕도를 고집,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자체는 물론 정치권이 나서고 시민사회단체는 궐기대회를 갖는 등 영남권이 조각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지만 중앙정부, 서울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 조해진 의원(밀양ㆍ창녕)은 최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를 찾아 결정이 미뤄지고 있는 동남권신공항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최악의 행정을 하고 있다"고 비난, 오는 3월로 예고된 입지결정이 지연될 경우 영남권 전체로부터 큰 반발을 몰고 올게 될 것을 경고했다. 그는 "대통령 주변, 특히 정부 부처의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가 영남권의 분란을 자초했다."고 했다. 지역끼린 다투고, 정부는 손 놓고 있다는 것은 곧 서울공화국의 전형인 수도권 ONE-PORT란 사고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다. 이 점에서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부산시가 들고 나온 현 김해공항 확장설이다.

 신공항은 `부산이어야 한다`는 계산이 깔린데 따른 것이나 곧 `가덕도 아니면 안 된다`, `그럴 바에야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주장 아닌가? 유치경쟁이 치열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불리하다고 판 자체를 흔들거나 깨려 해서는 안 된다. 부산과 서울패권주의가 "신 국제공항"을 통한 하늘 길을 막으려한다는 것이 기우이기를 바란다. 결론은 신공항 건립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

 신공항은 국가 전체의 발전을 위한 토대라는 점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 간에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고 절충점을 찾도록 중앙 정부가 나서 합의점을 이끌어내야 한다. 인천공항이면 족하지 지방에 무슨 국제공항인가란 `서울 패권주의`를 불식시키고 국토 균형 발전이 중요한 과제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남권에 인천공항 같은 신공항이 정말 필요하다는 점이다. 신공항이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가덕도가 적지라면 가덕도에 건립하면 되고, 밀양이 적지라면 밀양에 건립하면 된다. 문제는 영남권 어디라도 유럽이나 미주 등 세계를 향한 하늘 길은 꼭 열려야 한다는 것이다.

 경남, 부산ㆍ울산시는 지난 2007년 공동의 `동남권 신공항 건설타당성 연구`에서 2007년에서 2025년까지 영남권 전체의 사회적 경제적 손실은 약 11조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신공항 건설은 지역이기주의가 아닌 성장 동력의 다원화를 통한 국가경제를 위해서다. 또 경제 규모에 맞는 복수관문 공항건설은 불균형 발전을 고쳐 나가는 바람직한 발전 모델이다. 또 안보적 측면 등 생존권이 담보된 국가적 과제이기도 하다. 만약 무산 또는 연기될 경우 정부가 수도권 중심주의인 ONE-PORT 깃발을 앞장서서 흔들고 있는 모양새다. 이래서는 안 된다. 수도권을 먼저 발전시켜 지방의 발전을 이끈다는 서울 중심의 발전 논리는 얼빠진 궤변으로 지방의 분노만 자아낼 뿐이다. 청와대는 신공항 등 "국책사업과 관련해 정치적 접근을 말라"며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표(票)가 걸린 일인데 옐로카드가 통할지도 의문이다. 마치 분란을 일으키도록 방치한 후 TV사극에서 즐겨 사용한 "그 입 다물라"하는 식은 안 된다. "답"은 영남권에 새로운 국제공항을 건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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