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22:59 (금)
농심 울린 `두 장관 블랙코미디`
농심 울린 `두 장관 블랙코미디`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1.01.31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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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칼럼이사/취재본부장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구제역 재앙은 인재란 사실이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발표로 드러났다. 경북 안동 돼지농가의 양성 확정판결은 지난해 11월 29일, 그 후 구제역 바이러스는 방역체계의 허점을 틈타 전국의 가축들을 유린했다. 그 결과, 정부 추산 직접피해만 3조 원이란 엄청난 재앙을 불러온 셈이다. 3조 원이면 농협 전국 농산물공판장의 1년 사업실적이다.

 #귀향길도 가로막은 구제역과 AI로 대재앙이 몰아치고 있다. 경남도는 추운 겨울도 아랑곳 하지 않고 민, 관, 군이 총동원돼 "57일 간 청정지역 경남"을 유지해왔다. 방역당국의 안이한 대처로 공무원만 초주검을 당한 채 무너졌으니 허탈하다. 그래도 확산은 막아야 한다.

 #하지만 말들이 많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실 보상을 해주기 때문에 일부 농가에서 도덕적 해이가 문제가 되고 있다"며 "경찰이 백날 도둑을 지키면 뭐하나. 집주인이 도둑을 잡을 마음이 없는데"라고 말했다 한다. 가축이 살 처분되면 충분한 보상을 해주기 때문에 축산 농가들이 방역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농가`라고 했다지만, 구제역 확산의 책임을 모든 축산농가에 뒤집어씌우는 듯 들린다.

 #또 구제역 주무부서인 농림수산식품부 유정복 장관의 말도 가관이다. 유 장관은 "매뉴얼대로 진행했는데 과거 정부 때 만들어놓은 구제역 대처 매뉴얼에 잘못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제역 사태가 재앙으로 확산될 때까지 매뉴얼상의 문제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전형적인 책임 회피성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국립수의과학연구소의 조사 결과 구제역이 재앙으로 확산된 것은 초기 대응은 물론 후속 대처마저 부실했기 때문으로 드러난 바 있다. 지난해에만 3차례나 발생한 구제역, 누굴 탓해야 하는가.

 #이 같은 발언들은 구제역 재앙에 대한 정부당국자들의 안이하고 삐뚤어진 인식을 잘 보여준다. 축산 농가 반발과 야당은 `망언`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남호경 한우협회장은 방송 인터뷰에서 "국무위원이라는 분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하면 이 나라에서 살기 싫다"고 했다.

 그는 "이 마당에서 제일 고생하는 사람들이 아마 축산농일 것이다. 축산 농가는 지금 못 죽어 산다"며 "정부나 국민, 농민과 관계부처 간에 서로 그런 싸움을 하면 축산 농가는 할 이야기가 너무나 많지만 이 시점에서 아무런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참겠다"고 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한국을 50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구제역 국가로 언급할 만큼 구제역 피해는 심각하다. 범정부적 대응과 국민들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일부 당정 관계자들이 축산 농가들의 행태를 폄하ㆍ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이를 둘러싼 여야 간 정치적 공방이 드세 지면서 후속 책임론까지 일고 있다. 또 축산농가에도 문제가 없지 않겠지만, 일단 구제역부터 진정시키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란 공포 속에 홍역은 가축질병에 대한 당국과 축산농가의 안이한 인식과 대응책에 대한 경고이자 값비싼 대가가 아닌가 싶다. 이 탓에 돼지고기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한국 구제역 사태로 세계 돼지고기 가격마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국민고기 삼겹살은 금겹살로 변했다. `통 큰` 치킨이 서민들의 폭발적 인기에도 생존에 위협을 느낀 자영업자들의 반발로 1주일 만에 끝났지만 지금이야말로 `통 큰` 삼겹살이 기대된다.

 #아무튼 이번 구제역 대응은 너무나 많은 시행착오를 보였다. 지금 급한 것은 구제역 진화란 발등의 불을 끄는 일과 방역체계의 대수술이다. 백신 접종 타이밍을 놓쳐 청정지역인 경남이 구제역에 뚫렸다.

 따라서 최근 전개되는 상황은 `구제역 방역, 이렇게 하면 실패한다`는 실패담의 총론을 보는듯하다. 매번 한발 늦은 대처로 구제역이란 놈의 꽁무니만 좇은 신세에도 정말 이 나라 장관들의 입에서 나온 말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블랙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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