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7:30 (금)
롯데는 찬물 끼얹지 말라
롯데는 찬물 끼얹지 말라
  • 오태영 기자
  • 승인 2011.01.13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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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연고 제9구단 창단이 일단 보류됐다.

 롯데자이언트의 반발 때문이다.

 11일 열린 KBO 이사회에서 롯데는 현행 8개 구단체제를 유지, 내실을 기해야 할 때라며 9구단 창단에 결사적 반대 의사를 표명해 나머지 7개 구단과 KBO와는 다른 입장을 내보였다. 9구단이 창단될 경우 1.5군 선수들이 경기에 나섬으로써 야구수준이 떨어지고 모처럼 맞은 야구붐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것이다.

 여기다 창원연고 9구단 창단에 심혈을 기울여온 엔씨소프트 흠집내기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IT업계 선두주자라지만 1천억원에 달하는 자본금과 연 2~300억원에 달하는 구단운영자금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댈 수 있겠냐는 것이다. 대기업이 아니면 안된다는 것이 롯데의 주장이다.

 이러한 롯데의 입장은 표면적 이유일 뿐 속내와는 다르다. 시장지키기에 다름 아니다.

 롯데로서는 야구에 남다른 애정과 뜨거운 팬이 대거 확보돼 있는 경남 중부지역을 내놓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 경기가 열릴 때면 경남지역에서 상당수의 팬이 사직구장으로 몰린다. 마산구장에서 경기가 있는 날이면 거의 예외 없이 매진사례를 빚었던 점을 고려하면 팬 이탈이 우려됐을 법하다.

 그러나 경남도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 시즌 133경기 중 마산구장에서 열리는 경기는 고작 9경기. 야구팬을 위해 투자도 하지 않았다. 마산구장의 경우 등받이도 없는 의자에 관람석 곳곳이 시멘트가 떨어져 나가도 롯데는 보수한 적이 없다. 외야 잔디는 곳곳에 파여 흙먼지가 날려도 롯데는 눈을 감았다.

 변변한 팬사인회도 가뭄에 콩나듯 해 경남팬들을 무시했다.

 롯데는 제9구단 창단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투자와 최소한의 팬 배려에도 인색했던 롯데가 밥그릇 때문에 막무가내식 떼쓰기를 하는 것은 보기에도 안쓰럽다.

 도의적 측면에서나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서도 9구단 창단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최대의 도세를 자랑하는 경남지역에 프로구단이 없는 점은 되씹어봐야 할 점이다. 창원시는 통합으로 110만 도시로 커졌다. 경남의 중심도시로서 경남에 대한 나름의 책임이 있다.

 경남도 부산에 빌붙은 반쪽짜리 프로야구에서 벗어날 시기가 됐다. 이제 창원연고 프로야구단 창단은 대세가 됐다. 돌이키기 어렵다는 말이다.

 롯데는 창원을 중심으로 한 경남도민들의 격앙된 심리도 헤아려야 한다. 롯데의 반대로 창단구단 선정이 무산되면서 터져나온 “역겹다” “속 보인다” “어이없다”는 도민들의 반응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제9구단 창단기업선정은 내달로 연기됐다. 롯데는 이 기간동안 경남야구팬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롯데로서는 그동안 열렬한 팬으로서 뜨거운 애정을 보여왔던 창원연고 9구단창단을 도우고 자매구단으로서 경남야구팬을 붙들어 두는 편이 오히려 나은 전략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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