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 의해 강요당하는 사회는 불편하다. 시대상황에 따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에서는 특히 남을 위해 살아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직 우리 사회가 성숙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1 회사원 김씨는 과잉 친절 사회에 사는 게 너무 짜증스럽다. 한창 업무에 집중하는 데 휴대폰이 울려 습관적으로 전화를 받으면 대출을 권하는 경우가 많다. 화를 낼 수도 없고 해서 전화를 끊어버리지만 어떤 누구도 자신의 사생활을 허락 없이 방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화가 끝까지 난다. 주부 박 씨는 전화를 받으면 다짜고짜로 인터넷 설치를 요구하는 설명을 늘어놓으면 황당할 뿐 아니라 엄연한 개인 생활 침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한다.
#2 주택에 살고 있는 전업 주부 김 씨는 매일 아침 대문에 붙어 있는 광고전단지를 떼는 게 일과다. 며칠을 그냥 두면 대문과 옆 벽이 너무 지저분해져 광고지를 붙이면 떼는 일을 반복한다. 그리고 매일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대문 안에 놓여 있는 소책자 광고는 꼭 자장면을 주문해 먹기를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녀는 삶의 여유를 부리려 해도 매일 대문에 붙는 광고지나 현관의 문고리에 달려있는 책자들이 자신의 삶을 감시하는 기분이 들어 우울할 때도 있다고 고백한다.
#3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절약할 요량으로 동네 슈퍼마켓보다 시내 대형마트를 찾는 주부 박 씨. 그녀는 대형마트에 갈 때마다 구매를 강요당하는 기분이 들어 언짢다. 장을 보기 전에 이미 품목을 적어 왔지만 매장 코너마다 목소리를 높여 구매욕을 돋우는 바람에 더 많은 반찬거리를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의 식품코너를 갈 때마다 발걸음을 옮기기기 머쓱할 때가 많다고 하소연한다. 조용한 가운데 쇼핑을 하기를 이미 포기했지만 코너마다 너무 친절하게 가격과 품목 설명으로 강권되어지는 게 싫다고 말한다.
개인의 의사가 타인에 의해 강요되어지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알고 모르게 ‘권해지는 사회’는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