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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209호 소년부 법정
따스한 209호 소년부 법정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0.12.14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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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9일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법정 209호. 천종호 판사의 호통소리가 법정 안에 쩌렁쩌렁 울렸다. 소년부 재판은 여느 성인 재판과 다르다. 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질렀지만 부모와 함께 법정에 선다. 그리고 소년부 법정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 다른 사람에게 큰 피해를 주었는지 이해하고, 아주 작은 잘못이라도 범죄를 저질렀을 때 그 일이 얼마나 나쁜 것인지 깨닫게 해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하는데 초점이 있다.

 고등학교 2학년을 자퇴한 김군은 보호관찰 중에 다시 죄를 지었다. 천 판사는 뉘우치는 빛을 보이는 김군에게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게 하고 잘못을 빌라고 했다. 김군은 “아버지 죄송합니다. 검정고시를 따서 진학하겠습니다”고 울먹였다. 천 판사가 재차 잘할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 김군은 “예”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부자 간에 서로 안을 것을 요구했다.

 중학교 2학년 박군은 절단기로 쇠줄을 끊고 오토바이를 훔쳐 타다 사고를 내 친구 두 명과 함께 법정에 섰다. 천 판사는 어머니 세 명에게 아이들의 머리 상태를 보라며 “머리카락이 이렇게 길도록 방치한 것은 어머니의 관심이 부족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박군 등 두 명에게 머리를 깎고 올 것을 요구했다. 청소년으로서 몸가짐이 단정하지 못하면 생각이 삐뚤어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때 소년부 법정에서 판사의 막말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한 판사가 한 소년에게 “차렷, 열중쉬어. 앉아, 일어서. 눈 감아”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함께 나간 그의 아버지는 “지금 판사 체면을 세우려고 이러는 겁니까”라고 항의했다. 그러자 판사는 아버지에게 “나가 있으세요”라고 소리쳤다. 그래서 그 아버지는 국가인권위원회 상담센터에 “얼차려를 시키며 인격모독을 했다”고 하소연했다.

 판사의 막말과 고압적 재판진행이 말썽이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천종호 판사는 재판의 중심에 잘못을 한 아이와 부모를 염두에 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부모님과의 관계 회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에 대해 짧은 시간이지만 뉘우치게 하는 데 있다.

 고등학교 2학년 최군은 지난 두 달에 걸쳐 범죄를 두 번 저질렀다. 주운 남의 주민등록증으로 휴대폰 결제를 하고 차량털이를 해 9호 처분을 받고 소년원에 가야할 상황이었다. 천 판사는 최군이 절에서 운영하는 한 청소년쉼터에서 회복할 수 있도록 1호 처분을 내렸다. 최군 형은 현재 소년원에 있고 큰누나는 동생을 심하게 때리는 데다 아버지는 집을 나가 연락이 안 되는 집안 형편을 감안한 것이다.

 판사의 추상같이 엄한 말이 법정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기 일쑤다. 이번 209호 법정에는 “판사가 하라는 대로 하는 것”이라며 호통을 치는 그런 내용은 없었다. 그 대신 “아들과 언제 목욕탕에 가 봤는 지”를 묻고 “아이의 오른 팔에 문신을 봤느냐”는 따스한 목소리가 있었다.

 209호 법정에 서는 아이들에게는 따끔한 말이 필요했다. 잘못한 행동을 하고도 얼굴에 전혀 반성을 보이지 않으면 판사가 정신이 번쩍 들도록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청소년들에게 처분을 내릴 때는 따스함이 넘쳐흐르고 부모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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