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3:17 (금)
남북한 ‘삼대 시리즈’
남북한 ‘삼대 시리즈’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0.12.09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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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대 시리즈’가 남북한에서 동시에 인기다. 무슨 TV드라마 제목은 아니다. 남한에선 삼성의 삼 세대 경영이 거의 마무리 단계이고, 북한에선 김정은이 할아버지 김일성, 아버지 김정일에 이어 권력을 거의 이어 받은 상태다. 기업이든 권력이든 그것을 쥔 사람이 자신의 아들딸에게 물려주고 싶은 건 당연하다.

 인류사를 통해 국가와 기업은 수도 없이 나고 없어졌다. 수백 년을 이어갈 것 같은 일류기업들이 방만한 경영과 잘못된 미래 예측으로 하루아침에 망하기도 하고 천 년의 역사를 써내러 갈 것 같은 왕조도 갑자기 역사의 뒤로 사라졌다.

 1970년 미국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 중 삼분의 일은 13년도 못가서 인수, 제휴, 청산에 의해 문을 닫았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평균 수명은 12년6개월에 불과하다. 또한 30년이 지나면 무려 기업의 80%가 사라진다. 국내 기업들이 성하고 쇠하는 사이클도 이에 못지않다. 1995년 벤처기업협회를 창립했던 1세대 벤처인 15명 가운데 남은 사람은 터보 테크 장흥순, 비트컴퓨터 조현정 등 4명 밖에 되지 않는다.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세계 일류기업도 변하지 않으면 망한다. 그 만큼 장수하기가 어렵다는 것이고 수성을 하기 위해 창업 때보다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삼 세대 경영이 단순히 집안 문제라고 말하기에는 삼성이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으로 볼 땐 무책임하다. 아들딸들의 경영 능력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서 더 나은 선택이 있을 수도 있는데 가족 경영으로 몰고 가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루하루 바뀌는 글로벌 경제 구조에 적응할 수 있는 체질을 제때 갖추지 않으면 결국 기업이 장기 생존하는 건 불가능하다. 기업이 장수하기 위해선 탄탄한 재무구조와 끊임없는 혁신 그리고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조화, 더불어 사는 조직문화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세대를 이어 일류 기업이 존속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는 게 문제다. 지금 현대차 등 10여 개 주요 기업이 삼 세대 경영으로 서서히 나아가고 있다.

 김정은이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3년 내에 국민경제를 1960∼1970년대 수준으로 회복시켜 이밥(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솜옷을 입고, 기와집에서 사는 것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3년 내에 먹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을 이미 간파한 것이다. 역사가 말하는 나라의 유지는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국민의 뜻을 받들 때에 가능했다. 한 시대를 주름잡던 왕조도 100년을 넘기기 어려운데 요즘 같이 치열한 생존장에서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하는 나라가 장수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글로벌 경제전쟁 시대에 한 기업이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수십 년간 유지하기란 휠씬 더 어려워졌다. 이 사실은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법칙이다. 그리고 나라 경영도 변화하지 않으면 경제적 속국이 되는 게 역사의 증언이다.

 건강 관리를 잘못하면 나라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장수가 보장되지 않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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