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6:05 (금)
그리운 ‘존경받는 부자’
그리운 ‘존경받는 부자’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0.12.02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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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 한 열 사회부 부장

 뉴욕에서는 수돗물이 공짜다. 정확히 말하면 아파트 세입자나 남의 집에 사는 사람은 수도세를 낼 필요가 없다. 뉴욕 시민에게 수돗물은 사랑이다. 석유왕 록펠러는 일찍이 상수도의 중요성을 알고 뉴욕시의 정수시설과 운영비를 부담했다. 그가 죽은 후에서 록펠러 센터가 수도료와 임대료를 내주고 있다. 단 부자나 집을 소유한 사람은 적은 수도세를 내고 물을 마신다.

 부자가 좋은 이름으로 사람들의 머리에 남기는 힘든 모양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부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여전하다. 부자는 돈만 많이 가졌지 사회에 공헌을 하지 않는다고 일반인들은 믿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이자 물류업체 M&M의 전 대표인 최철원(41)씨가 고용승계 문제로 마찰을 빚은 탱크로리 기사를 야구방망이로 때리고서 ‘매값’이라며 2천만 원을 건넸다는 주장은 부자에 대해 분노를 일으키게 만든다. 돈이 있어 되레 인간 이하의 행동을 하면 보는 사람이 서글퍼진다.

 미국의 경우는 다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은 지난달 21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부유층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야 하며 조지 부시 전 정권에서 도입됐던 감세혜택이 원래 계획대로 오는 12월 말로 끝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소득층과 중산층, 심지어 일부 상위 중산층에 대해서는 “추가로 감세해야 한다”면서도 “나처럼 소득 상위층은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형편이 좋다”고 말했다. 부자가 직접나서 사회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분위기는 우리나라와 너무 상반된다.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우리나라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 세계 7위에 올라서고, 내년 무역규모는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대단한 성과다. 이런 실적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남유럽 재정위기, 환율문제 등 어려운 수출여건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더 값지다. 이런 괄목할 만한 성과의 뒤에는 빈부 격차와 사회적 갈등이 심겨져 있다. 놀라운 경제 성장의 결과에 흥분할 때 일용직 근로자의 눈물을 기억해야 하고 사회적 구조의 모순으로 어두운 곳에 머무는 사람들을 돌아봐야 한다.

 경제가 본궤도에 오른 지금 큰 양보는 부자들에게서 나와야 한다. 기부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든다. 특히 연말에는 더 절실하다. 진정한 부자는 돈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이름으로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새겨져야 한다.

 뉴욕 서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물을 무상으로 공급하려던 록펠러의 따뜻한 마음이 오늘도 수도꼭지를 트는 뉴욕시민들에게 전해진다. 그리고 물맛은 미국에서 최고라는 건 물어보나 마나다.

 우리나라에서도 존경 받은 부자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소득세를 깎아달라는 그런 배포 작은 부자는 눈에 안 띄어야 연말에 서민들의 시름이 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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