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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억 짜리 조각품 행방은
12억 짜리 조각품 행방은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0.11.25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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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한열 사회부장


 창원에서 27억 원대의 미술품 도난 사건이 일어나 도내 미술계가 술렁이고 있다. 도난당한 작품 중 김성우 작가의 ‘웨어 이즈 유어 파파’는 다이아몬드가 650여개 박혀 있는 12억 원짜리 조각품이라 더욱 관심을 일으키고 있다. 흔치 않은 미술품 도난 사건이면서 일부 작품을 훔쳐간 범인은 잡혔는데, 도난당한 40여 점 중에 회수된 7점 외 나머지 작품의 행방이 묘연해 소설적 재미를 더하고 있다. 특히 미술품의 높은 가격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입방아를 찧고 있어 온갖 흥미를 더하고 있다.
 미술품이 치부 수단과 범죄의 거래로 사용된 지는 오래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재산적 가치로 미술품을 소장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부정한 거래가 늘고 있다. 훌륭한 작품을 거실에 걸어놓고 감상하려는 예술 애호가들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재산을 늘리는 수단으로 미술품을 사 모으고 있다.
 2007년 삼성 비자금 특검 당시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 관장이 80억 원을 주고 작품을 구입했다고 해 유명해진 팝아트 화가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을 통해 미술 작품이 비싸다는 것을 경험했다. 두 손으로 볼을 감싸는 여인의 모습이 온 국민들을 분노케 하면서 “그녀는 행복해 눈물을 흘릴 지 몰라도 서민들은 그 그림을 보면서 슬픔의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다”는 자조적인 말이 나돌았다. ‘행복한 눈물’은 2002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86억 5천만원에 거래된 작품이다.  
 1990년 3월 미국 보스턴의 가드너 미술관(Isabella Stewart Gardner Museum)에서 렘브란트, 드가, 마네 등의 작품 13점이 사라졌는데 미술품 가격이 무려 약 3천500억 원에 달했다. 이런 유명 작품은 국제적으로 은밀하게 거래되며 범죄와 깊숙이 연관돼 있다. 가드너 미술관과 FBI는 5백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고 도난 미술품들을 찾고 있지만 아직까지 찾았다는 말은 없다. 인류의 고귀한 자산이 인간의 탐욕 때문에 어둠 속에서 잠자고 있다.  
 어느 가을날 피카소가 혼자 집 주위를 산책하다 고장 난 자전거 한 대를 발견했다. 그는 낡아서 못쓰게 된 자전거를 두고 곰곰이 생각하더니 집으로 가져갔다. 사람들은 그 낡은 것을 가져다가 어디에 쓰려고 하는지 의아해 했지만 그는 곧장 작업실에 그것을 들고 들어가 먼저 안장과 운전대를 떼어 냈다. 그리고 용접기를 이용해 그것을 잇기 시작했다. 작업이 끝났을 때 그 자전거는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의 손을 거쳐 자연 경치와 잘 어울리는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한 것이다. 미술의 거장 피카소에 의해 낡은 자전거에는 유명한 ‘황소의 머리’가 되었다. 한낱 쓸모없는 쇠 덩어리가 수백억 원이 넘는 위대한 작품으로 변한 것이다. 이처럼 예술 작품의 가치는 누구의 손에서 만들어 지느냐에 달려있다. 일반인들은 피카소의 이름만으로도 천문학적인 가치를 가지는 미술품에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경남 도민들은 이번 창원 미술품 도난사건을 계기로 지방에서도 미술품의 가격이 만만찮다는 사실과 미술품은 재산을 늘리는 괜찮은 수단이 된다는 것을 간접 경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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