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12:27 (일)
수능 마치고 단풍 구경 하세요
수능 마치고 단풍 구경 하세요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0.11.18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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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 한 열 편집부장
 한 세대 전만 해도 자식에 대한 끔찍한 사랑은 이유가 없었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희생은 숭고했고 자신의 삶이 망가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단지 자식을 위해 온몸을 불사르는 사랑을 극치를 보이는 게 상식이었다. 또한 효도는 가장 큰 덕목이었다. 부모를 잘 봉양하기 위해 자식으로서 불편이 있어도 당연시했다. 희생과 효도가 맞물려 따스한 가정을 만들어 갈 수 있었던 것은 한 울타리라는 정신적 유대가 밑거름이었다.

 그제 부산에서 게임 중독에 빠진 중학생이 자신을 나무라는 어머니를 목 졸라 죽인 후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패륜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그 아이는 평소 밥 먹는 시간을 빼고 새벽까지 게임에 빠지는 게 예사였고, 행동의 갈수록 거칠어 졌다는 게 가족의 증언이다. 중학교 3학년의 행동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끔찍하다. 매일 밤 게임을 통해 자기의 세상을 구축한 이 학생은 당연히 친구와의 관계도 좋지 못했다. 오직 사이버 상에서만 생활하면서 가상세계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으니 현실의 세계와 괴리가 있었을 것이다. 이 아이의 행동이 우발적이라고 하지만 이런 일을 충분히 일으킬 수 있는 시한폭탄을 늘 안고 다녔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잘 사는 데 열을 올렸지만 행복지수는 그렇게 높지 못하다. 특히 청소년들은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71만 2천명이 수학능력시험을 본다. 이들은 오직 오늘을 위해 노란 은행잎이 한 잎 두 잎 떨어져도 가을이 온 줄을 몰랐다. 늦은 시간까지 책과 씨름하며 어떤 여유도 갖지 못했다. 한창 감성이 예민하고 마음껏 웃음을 날리며 인생을 긍정적으로 봐야할 나이에 입시 고통에 내몰렸으니 어찌 인생이 즐겁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학생들이 인권조례가 제정돼 학교에서 교사와 더 나은 사제관계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지금은 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 같지 않다. 교실에서 벌어지는 교사와 학생 간의 추한 행동은 어떤 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만든다. 잘못을 지도하는 선생님에게 말대꾸는 예사고 되레 무안을 주기고 한다. 며칠 전 교실에서 학생과 선생이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정도면 어른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다정했던 교실의 추억은 아주 먼 옛날이야기다. 정겨운 풍경이 살풍경으로 바뀌었으니 격세지감이 일어날 만하다.

 수능이 끝나면 많은 학생들이 ‘해방구’를 찾으려 한다. 지금까지 짓눌려 온 생활을 보상받고자 광란의 모습을 보이기도 할 것이다. 현재의 수능을 대신할 입시 제도가 도입되기는 힘들겠지만 거기에 따르는 사회적 희생은 크다. 고등학생을 둔 가정은 먼저 아이들 눈치를 봐야 하고, 가족끼리 나들이를 가려해도 마음이 편치 못하다. 늦게 귀가하는 아이를 보면서 안쓰러워하며 마음을 졸여야 한다.

 지난달 며느리를 맞은 50대 말의 옆집 아저씨가 “자신이 부모에게 효도하고 자식에게 희생하는 마지막 세대인 것 같다”는 말이 자꾸 생각난다. 여하튼 오늘 수능을 본 모든 아이들이 부모님과 웃음을 나누며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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