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11:52 (일)
가을 단풍과 ‘동물 농장’
가을 단풍과 ‘동물 농장’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0.11.12 09: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람은 색깔에 잘 순응한다. 그래서 가을 단풍에 매료된다. 어떤 색깔을 좋아해 성격이 이렇다 하면 그게 대체로 맞다. 은행잎이 지금 노랑을 온 천지로 내뿜고 있다. 오직 한 색깔로 가을을 그리는 은행은 단순하지만 힘이 있다. 단색의 힘은 다른 색깔을 받아들이질 못한다. 하지만 화려하다. 온갖 잡색을 썩어 만들어 내는 단풍의 조화는 은근한 아름다움이다. 자기 잘난 걸 은행보다 티를 내지 않지만 온 천지를 담고 있다.

 정치는 색깔을 갖고 싸움박질한다. 우리 정치판에서는 명분과 대의를 찾기 힘들다. 색깔을 달리 하면 적이 된다. 경남 정치판도 색깔로 양분된다. 경남 야 4당이 4대강 사업권 회수를 반대한답시고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해서 정부에서 사업권을 회수하겠다고 하니까 반대를 위해 자리를 잡았다. 도민을 위한 농성도 아니고 반대를 위한 반대의 색깔을 칠하는 것 같다. 보수 색깔을 가진 권영진 경남도교육감이 선거 운동할 때는 학생인권조례를 만들겠다고 하고선 지금은 입장을 싹 바꿔 전교조와 경남교육연대가 발끈했다. 진보 교육감들이 학생인권조례를 만들고 있는 데 보수를 자처하는 고 교육감이 이 조례안을 만들기는 곤란할 것이다.

 보수와 진보의 색깔은 지금 서로 맞댈 곳이 없다. 서로 양끝에서 당기고 있어 중간에 있는 사람의 존재가 미약하다. 모든 것이 다양화 되는 데 유독 정치만 동일한 논리로 일관한다. 겉으로 나오는 색깔보다 더 무서운 게 논리의 외곬이다. 다른 쪽을 수용하지 못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아예 수용할 자세조차 없다는 게 큰 문제다 우리 정치판은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을 보는 것 같다. 소홀한 대우를 받던 가축들이 반란을 일으켜 농장주 존스와 관리인들을 내쫓고 동물들 스스로가 농장을 경영한다. 농장의 이름도 ‘동물 농장’으로 바꿔서 비교적 지능이 발달한 돼지인 나폴레옹, 스노우볼, 그리고 스퀼러의 지도와 계획 아래 모든 동물들은 평등한 동물공화국 건설을 위해서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동물 농장’은 인간 사회의 악폐라고 주장하던 그 상태로 결국 돌아가고 만다.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던 혁명은 완전히 타락되고 정책마다 위협과 명분만이 동원될 뿐이다.

 바뀌면 나아진다고들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누가 그 자리를 차지하더라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오직 그 자리에 올라가기 위한 무장된 논리만 있을 뿐이다. 여야가 바뀌면 여당 시절에 추진하든 일을 야당이 되면 반대해 버린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2007년 3월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새로운 낡은 틀’을 깨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표가 된 지 한 달 동안 그는 오류와 선동을 고스란히 반복했다. “4대강 사업으로 하천부지 배추 경작이 줄어 배춧값이 폭등했다”고, “천안함이 북한 소행이라는 걸 안 믿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안보나 국민생활에 무슨 문제가 있는가”라고 말했다. 우리의 정치는 결국 여야를 나눈 색깔만 있을 뿐이다. 동물 농장에서 누가 힘을 가져도 똑같이 돌아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