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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구를 돌로 칠 수 있나
누가 누구를 돌로 칠 수 있나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0.11.11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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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스파르타에는 나라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300인의 의회’가 있었다. 파이다레토스가 그 의회에 출마해 낙선했을 때 원망대신 흐뭇해하고 기뻐했다. 그 이유는 스파르타에 자신보다 훌륭한 사람이 300명이나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스파르타와 관련된 얘기 하나 더. 한 어머니가 5명의 아들을 전쟁터에 보내고 전쟁의 결과를 초조히 기다렸다. 얼마 후 한 노예가 헐레벌떡 달려 와 아들이 모두 전사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아들의 어머니는 그 노예를 보고 “네가 언제 그런 것을 먼저 물었느냐”며 호통을 쳤다. 눈치를 챈 노예는 “스파르타 군이 승리했습니다”고 알려주었다. 이 승전보를 들은 어머니는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올렸다.

 이 실제 일어난 이야기를 장 자크 루소가 그의 책 ‘에밀’에서 ‘시민’과 ‘자연인’이 어떻게 다른가를 소개하기 위해 인용했다. 자기가 낙선한 것에 애석해 하기보다 되레 공적인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아들 다섯을 잃었어도 나라의 승리에 더 감사하는 것이 수준 높은 ‘시민’의 태도이다.

 청원경찰법 입법로비 의혹과 관련된 압수수색에 정치권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이 전면전에 나서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이준규 검찰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여당도 수사를 지켜보겠다고 했지만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칼을 들이댄 검찰은 지금까지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아온 터라 이번 압수수색의 진정성을 믿는 것에 무리가 있다.

 정치자금법은 음습한 돈거래를 막기 위해 국회의원 자신들이 입법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검찰이 과잉수사라는 말을 듣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된 수사를 해 시시비비를 가려야한다. 양 집단이 지금까지 정도를 걷지 않아 누가 누구를 정죄할 것인지 모호해 지긴 하지만 그래도 국가 정의를 위해 수사는 계속 행해져야 한다.

 예수 앞에 다른 남자와 간음하다 잡혀 온 여인을 두고 모두들 돌을 들어 치려했다. 하지만 예수는 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던지라고 했을 때, 어른에서부터 아이까지 차례로 그 현장을 빠져나갔다. 누가 주체가 돼 사회와 국가의 정의를 세우는 것은 어렵다. 다른 집단의 반발을 감수하지 않고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들이 자연인에서 성숙한 시민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소액 기부를 받은 것에 대해 떳떳하다면 수사를 받으면 그뿐이다. 구린 데가 있으면 대의를 생각해 자기희생의 십자가를 져야 한다. 검찰도 이번 수사 뿐 아니라 야당한테 공격을 받고 있는 대포폰 등의 석연찮은 부분들을 재수사해야 한다.

 워낙 힘을 가진 집단이 별 문제없이 누려온 상식 같은 일에 검찰이 손을 대 국회가 유린되었다고 난리지만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말이 정답일 것 같다. 그리고 아들 다섯을 한 번에 잃고도 나라의 승리를 듣고 무릎 꿇고 두 손을 모으고 감사한 그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라고 한다면 너무 순진한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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