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0:38 (금)
계구우후(鷄口牛後)
계구우후(鷄口牛後)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0.10.2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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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 대가리가 소꼬리보다 낫다’는 속담은 야심을 품은 남자들에게 잘 먹힌다. 괜히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개인 사업하다 쪽박을 차는 경우다. 소꼬리로 살아도 될 것을 닭대가리 되려다 ‘쇠똥’이  되기도 한다.

 중국 전국 시대 소진(蘇秦)은 당시 최강국인 진(秦)나라의 동진(東進) 정책에 어렵게 대항하던 한(韓) 위(魏) 조(趙) 연(燕) 제(齊) 초(楚)의 6국을 돌아다니던 중 한나라 선혜왕(宣惠王)을 만나 ‘차라리 닭의 부리가 될지언정(寧爲鷄口) 쇠꼬리는 되지 말라(勿爲牛後])’는 말로 합종책(合縱策)을 성사시켰다. 소국들이 진나라의 꼬리보다는 닭의 부리가 되는 걸 택한 것이다.

 사기(史記) 소진열전(蘇秦列傳)에 나오는 계구우후(닭 鷄, 입 口, 소 牛, 뒤後)는 대수롭지 않은 ‘닭 부리’ ‘닭대가리’ 같은 곳이라도 윗자리가 훌륭한 아랫자리보다 낫다는 것이다. 음식재료로 따지면 닭대가리가 어찌 소꼬리에 비교할 수 있을까마는 닭대가리가 되려면 모험이 필요하다.

 2007년 3월 “새로운 길을 열겠다”며 한나라 탈당했던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결국 야당에서 유력한 대선주자가 됐다.

 소꼬리와 닭대가리 중 어느 것을 택하든 개인의 성향에 달렸지만, 손 대표는 이미 소꼬리를 버리고 닭대가리를 잡은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나중에 대권 꿈까지 이루면 ‘소머리’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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