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2:46 (토)
쇼를 보는 것 같은 부자세습
쇼를 보는 것 같은 부자세습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0.09.30 2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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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 한 열 편집부장

‘그 날이 도둑같이 오리라’고 기독교에서 흔히 말한다. 여기서 ‘그 날’은 예수의 재림이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때에, 도둑이 몰래 침입하는 것 같이 학수고대하던 그 날이 불쑥 떨어진다고 한다. 어째서 기독교 신앙이 완성되는 날이 갑자기 오는 것일까? 아마 평소에 잘하라는 뜻이 담겨있는 것 같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인 셋째 아들 김정은의 등장이 꼭 이와 같다. 김정은이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것은 예상되었지만 이틀 만에 대장 칭호와 중앙군사위 부원장에 임명됐다. 그의 권력 중심으로의 진입이 마치 도둑질처럼 비쳐진다.

 미 국무부 필립 크롤리 공보 차관보는 북한의 김정은에 대한 대장 칭호 부여와 3대 후계세습 공식화에 대해 “최고의 실제 쇼(the ultimate reality show)”라고 말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실토하고 있다. 그만큼 그는 베일에 싸여있던 인물이었다.

 도도한 역사의 흐름은 누구나 예상하는 본류를 따라 흘러야 한다. 거대한 흐름을 방해하는 작은 거침돌의 저항은 무의미하다. 그래서 역사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대로 흐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류사의 굽이굽이마다 예상치 못한 사건이 큰 물줄기를 틀었다. 북한의 미래가 다시 한 번 그것을 증명해 줄 지 모르겠다.

 무슨 일이 일어날 지 한 치 앞을 모를 경우엔 준비하는 게 능사다. 성경에 나오는 다른 얘기다. 신랑을 기다리는 열 명의 처녀가 있었다. 이스라엘에서는 신랑을 맞이할 때 등불을 들고 바깥에서 기다린다. 열 명 중 다섯 명은 신랑이 생각한 시간보다 늦게 오는 것 같아 등불의 기름을 준비하지 않고 태만했다. 다른 다섯 명은 언제가 올 것을 믿고 등불의 기름을 준비하고 인내를 가지고 기다렸다. 열 명 모두 신랑이 오지 않아 반신반의 할 즈음에 신랑이 닥쳤다. 뻔한 결론이지만 기름을 준비하지 못한 처녀들은 등불을 밝히지 못해 신랑과 잔치에 참여하지 못하고, 똑똑한 처녀들은 허둥대었지만 기름을 준비했기 때문에 잔치의 주인공들이 되었다.

 지구상에서 가장 비밀스런 나라가 북한이다. 숨길 수 없는 세상에서 3대 부자세습이 가능한 나라다. 상식의 틀을 대고 북한을 들여다보면 되레 더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북한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식량난으로 굶주림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북한 군부는 핵무기를 만들어 세계를 향해 엄포를 놓고,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하더니 금강산 관광 재개를 조건으로 내밀어 핏줄의 만남은 기약이 없다.

 남북이 민족공동체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항상 중간에 걸림돌이 놓인다. 북한은 지금 민족도 주민도 중요하지 않고 오직 세습ㆍ전제 체제의 존속과 강화만이 유일한 과제이고 목표다. 그래서 대명천지에 어처구니없는 리얼리티 쇼를 벌이는 것이다.

 우리는 신랑이 언제 올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온다는 것에 초점을 둬야 한다. 문제는 기다리는 신부의 자세다. 기다리다 지칠 순 있어도 준비는 해야 한다. 준비하지 않으면 잔치에 참여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성경에는 이렇게 쓰고 있다. 잔치에 참여하지 못한 처녀들이 바깥에서 슬퍼하며 이를 갈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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