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7:41 (금)
스티븐 호킹과 인생의 질문
스티븐 호킹과 인생의 질문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0.09.13 2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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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열의 e시각
▲ 류한열 편집부장

신은 우주를 창조하지 않았다(God did not create the universe.)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68ㆍ캠브리지대 교수) 박사가 최근 미국의 물리학자 겸 작가인 리어나드 물로디노프와 함께 출간한 저서 ‘위대한 설계(The Grand Design)’에서 과학적 무신론의 입장을 내세워 종교계가 발끈하고 있다. 호킹은 CNN 래리킹 라이브에 나와서도 “신은 존재할 수도 있지만 과학은 창조주의 도움 없이도 우주를 설명할 수 있다(God may exist, but science can explain the universe without the need for a creator)”고 스크린을 통해 주장을 펼쳤다.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호킹은 정상적인 언어소통을 할 수 없다.

 인간의 사고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 지금 누리는 모든 최첨단 기기도 따지고 보면 생각의 결정체들이다. 인간이 상상력 속에서 만들어 낸 것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호킹이 우주는 무(無)에서 스스로 창조될 수 있으며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도 우연의 산물일 뿐이라고 해 과학을 과장과 추측으로 몰고 간 면도 있다. 종교와 과학의 문제는 신과 과학, 창조와 진화의 논쟁으로 요약된다.

 살아가기 힘든 세상에 뜬금없는 신의 유무 논쟁이 뭐가 달가울 수 있을까 마는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고민하면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를 깊이 성찰해 볼 수 있다.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하지만 우리 존재의 근원에 대한 고민도 한번쯤은 해봐야 인간의 허무를 걷어낼 수 있다.

 창조와 진화 사이에서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인생의 설계가 다를 수 있다. 호킹과 같이 인간 존재를 우연으로 여기는 것과, 신의 오묘한 섭리 가운데 두는 것과는 인생 가치관을 세우는 토대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어느 편에 서든 인생 근원의 문제에 착념하고 깊이 사유하면 인간의 보편적인 삶의 해답을 얻을 수도 있다.

 ‘신은 죽었다’고 20세기 초에 니체가 선언한 후, 신은 죽은 것이 아니라 더욱 인간의 옆으로 다가왔다. 모든 종교가 현대인들의 나약한 점을 파고들어 신에 열광하는 세계로 만들었다. 신은 결코 죽지 않았다. 아니 더욱 친근하게 우리 옆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하루 평균 4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0~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다. 그리고 OECD 평균 자살률이 11.2명인데 비해 한국은 28.4명으로 월등히 높다. 자살의 원인을 한두 가지로 한정지울 순 없지만 생활고 등 외적인 원인 외에 내면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호킹이 열어 논 우연의 세상보다는 신의 섭리에 자신을 내려 놓는다면 삶의 의미를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가을은 우리 생각으로 내몬다. 한여름의 경박한 삶을 본래의 자리로 되돌릴 수 있다. 인간 근원의 문제를 고민하는 게 시간 낭비라고 하면 할 말 없지만, 인간이 창조됐는지, 진화됐는지, 과연 우리가 이 세상에 뭐하려고 왔는지 물어보는 게 결코 시간을 버리는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인생에 대한 진지한 물음과 대답을 갖지 못해 하루에 42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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