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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없는 공직자들 때문에…
염치없는 공직자들 때문에…
  • 이용구 기자
  • 승인 2010.09.0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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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용 구 서울취재본부 부장

지난 국회청문회에 나타난 공직자들의 몰염치가 채 가시기도 전에 현직 장관의 딸에 대한 특혜논란으로 해당 장관이 사퇴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또 다시 공분을 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ㆍ15 경축사를 통해 ‘공정한 사회’를 집권 후반기 국정 기본 방향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주창한 ‘공정한 사회’는 8ㆍ8개각에 따른 총리 및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일부 후보자의 몰염치가 도를 넘어서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이후 일부 후보자들이 스스로 사퇴하면서 겨우 체면(?)을 살려줬다.

 이번 일도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이 외교부 5급 통상전문직에 특채된 것과 관련해 외교부가 해명에 나서는 과정에서 그 논리가 참으로 해괴해 논란을 더 증폭시켰다.

 채용과정이 정당한 절차에 따랐고, 해당자가 충분히 자격요건을 갖추었으며, 지난 3년간 관련실무를 경험한 수재로 채용절차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져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식의 해명 발표를 보면서 우리 공직사회의 인식의 붕괴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실감케 했다.

 특히 딸의 특혜논란이 일자 유 장관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아버지가 수장으로 있는 조직에 채용되는 것이 특혜의혹을 야기 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하면서도 이번 채용과정이 절차와 요건 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표명에서는 유 장관의 식견이 이 정도였는지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서류전형과 면접과정에서 ‘장관 딸’이라는 점이 특혜로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장관 딸이라는 점을 알 수가 없다”고 해명한 것도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아버지가 장관으로 있는 부서에 그 딸이 원서를 냈다는 사실은 그 자체가 상식이하의 행동이다. 충분한 자격과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아버지의 후광을 입었다는 의혹을 사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고위 공직자(지식인)의 덕목은 꼭 학술(學術)에 바탕을 두는 것이 아니다. 삶의 지혜와 속담에도 있다.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 ‘참외 밭에서는 신발 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과 의미는 지키지 않으면 도둑으로 몰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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