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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유망주(有望株)와 유망주(流亡株) 사이
스포츠 유망주(有望株)와 유망주(流亡株) 사이
  • 차지훈 기자
  • 승인 2010.09.07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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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 지 훈사회부 기자(진주주재)

어릴 적부터 전국 무대에서 정상급 기량을 선보이며 장래를 촉망받던 한 복싱 유망주. 연습생으로 K-리그의 한 프로축구 구단에 입단해 월드컵 무대를 꿈꾸던 한 축구 유망주.

 어떤 분야에서 항상 발전될 가망이 많은 사람을 말하는 유망주(有望株).

 최근 스포츠 분야의 이 유망주들이 범죄의 유혹에 빠져 쇠고랑을 찼다.

 진주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일 동생과 함께 편의점에 들어가 종업원을 폭행하고 현금을 훔쳐 달아난 복싱 유망주 A(21)씨를 강도상해 혐의로 붙잡았다.

 앞서 지난달 24일에는 인터넷 중고물품 판매사이트에서 상습적으로 사기행각을 벌인 전직 프로축구 선수 B(22)씨가 붙잡혀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더 이상 스포츠 유망주(有望株)가 아니다. 단지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는 유망주(流亡株)일 뿐이다.

 왜 복싱과 축구를 통해 꿈을 이루려 했던 이들이 잘못된 길로 들어섰을까?

 물론 가장 근본적인 잘못, 원인은 범죄를 저지른 자신에게 있지만, 일각에서는 성적과 실력 지상주의에만 빠져 있는 스포츠의 또 다른 문제점, 어두운 그림자라는 지적이다.

 적절한 인성교육과 학업 그리고 기량향상의 조화를 이뤄내기 힘들게 만드는 게 바로 이 성적지상주의다.
 프로 스포츠의 젖줄은 학원 체육이다.

 일각에서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사이 학원 체육이 고사 위기에 처했기 때문에 프로 스포츠는 머지않은 장래에 미래를 고민하게 될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범죄의 유혹에 빠진 이런 유망주(流亡株)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진정한 유망주(有望株)를 만드는 정책적인 뒷받침이나 근본적인 학원체육에 대한 고민이 현재로서는 가장 절실한 문제다.

 최근 한 대학 축구부 감독의 인터뷰에서 씁쓸하지만 이들 `유망주`들의 현실을 곱씹었다.

 지난 8월 제8회 전국추계1,2학년대학축구대회에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국제대 축구부 한창우 감독. 그는 선수들, 이들 유망주들의 미래를 걱정하기에 바빴다.

 그는 "우린 종이 한 장 차이로 선택받지 못한 그야말로 무명의 축구인들이다"면서 "유망주이지만 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주눅들지 말고 자신있게 경기에 임하고 끝까지 축구를 즐기며 버리지 말고는 것, 축구를 통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배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인성과 사회책임의식이 무엇인지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면서 "스포츠 이전에 우리 사회 유망주인 우리 선수들의 감독인 나로서는 그것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꿈과 희망의 크기가 그 아무리 작을지라도 스포츠 기본기보다 사람의 기본 됨됨이, 화려한 스포츠 기술 보다 인생의 기술을 먼저 배우고 있는 스포츠 유망주들에게 밝은 미래가 열리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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