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21:38 (토)
김칫국부터 마시는 경남은행 인수
김칫국부터 마시는 경남은행 인수
  • 송종구 기자
  • 승인 2010.09.06 2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송 종 구 사회부 차장 (마산주재)

경남은행 민영화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경남은행을 인수하겠다"고 야욕을 드러낸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의 행태는 아전인수격이 아닐 수 없다.

 부산은행 이장호 은행장은 한국일보(8월 23일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경남은행 인수 건은 정부의 관련 정책이 나온 이후 입장을 취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부산은행은 `경남은행 민영화 발표`가 있기도 전인 지난 3월 인수자금 확보를 위한 주주총회를 가졌다.

 이날 주주총회를 통해 부산은행은 전환우선주(일정 기간 경과 후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우선주)와 상환우선주(일정 기간 경과 후 발행회사에서 되사도록 옵션이 붙어있는 우선주) 발행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변경, 경남은행 인수자금 확보를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부산은행은 가까운 시일 내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한 인가를 신청할 계획으로, 말과 행동이 불일치하는 모습을 보여 오고 있다. 더욱이 경남은행 인수를 위해 부산은행이 수년 전부터 준비해왔다는 사실은 관련업계에서 오르내리는 공공연한 사실로, 언론을 통해 수 차례 보도되기까지 했다.

 대구은행도 부산은행의 행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수년 전부터 `경남은행 인수 의사`를 언론에 흘림은 물론, 최근 들어서는 공동 지주사 설립에서 단독 지주사 추진 쪽으로 입장을 바꿔 경남은행의 지주사 편입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눈치이다.

 표면적으로 대구은행은 "영업권역이 다르기 때문에 중복 점포가 거의 없고, 이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 등의 문제도 적다"라는 이점을 내세워 부산은행보다 나은 우위를 선점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히 구분되는 지역정서와 이와 관계된 지역자본의 역외 유출은 불을 보듯 뻔한 일로 더 큰 우려거리를 낳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의 경남은행 인수 야욕은 경남은행 설립과 위기극복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경남도민을 무시한 처사이다.

 도민과 기업인, 그리고 경남은행 임직원 한 명 한 명은 적잖은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경남은행을 지난 40년간 지켜 왔기 때문이다.

 얼마 전 경남도와 창원시, 경남지역의 기업인들이 지역자본에 의한 경남은행 인수에 적극 참여할 것임을 잇따라 밝혔다. 또 한나라당 경남도의원들도 `경남에 연고를 둔 기업ㆍ자본의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경남은행 민영화`를 지지하고 나섰다.

 특히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경남ㆍ부산ㆍ대구은행 노동조합이 `경남은행의 독자생존 민영화`를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리고 경남은행의 내부분위기도 부산ㆍ대구은행에 의해 은행이 인수되는 것을 바라고 있지 않다.

 이처럼, 경남은행 민영화를 바라보는 경남지역의 구성원들과 이해당사자들은 경남은행 민영화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은 경남은행 민영화를 둘러싼 경남도민의 정서를 먼저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자면,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예단과 경거망동은 인수를 하겠다는 쪽에서 분명 자제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