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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은 가고 가을이 왔다
태풍은 가고 가을이 왔다
  • 류한열
  • 승인 2010.09.02 2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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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한렬 편집부장

 태풍은 가고 가을이 왔다 제7호 태풍 ‘곤파스’가 빠르게 지나가면서 9월을 본격적으로 맞았다. 곤파스가 이런저런 피해를 남겼지만 한여름의 불볕더위를 싹 거둬갔다. 하늘이 어제 그제보다 한층 더 높아졌다. 어느 누가 계절의 변화를 싫어할까? 가을은 한여름 동안 지친 몸과 마음에 선선한 바람으로 어김없이 화답한다.

 짧은 가을이 좋은 것은 여름을 건너왔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더웠기에 가을이 더 반갑다. 올해 여름과 가을이 확연히 구분이 돼 좋다. 거대한 바람이 꾸물거리던 여름의 화기를 싹 쓸어버렸기 때문이다. 앞으로 몇 자락의 남은 더위가 아무 문제가 안 될 것이다.

 가을엔 문학이 어울린다. 여름철에 책읽기가 더 좋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왠지 가을에 책을 읽으면 더 마음이 살찌워질 것 같다. 아무리 독서가 계절과 상관없다 해도 가을과 어울리는 건 거부할 수 없다. 가을에 문학을 떠올리면 경남도내에서는 하동의 평사리 들판으로 달려가야 한다. 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낳은 곳이기 때문이다.

 이달 16일부터 18일까지 이병주 하동국제문학제가 열린다. 10월에는 토지문학제가 열린다. 하동의 들녘마다 문학향기가 넘실대며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문학의 향취도 마실 수 있다.      가을은 우리 가곡과도 어울린다. 그러면 지금 당장 함양 상림숲으로 가면 된다. 그곳에서 같이 가을을 노래하면 누구보다 먼저 마음에 울긋불긋 단풍을 물들일 수 있다.

 캘리포니아 소살리토 국제태도치료센터 설립자인 제럴드 잼폴스키는 “우리가 존재하는 유일한 이유인 사랑을 경험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세상 만물을 끝없이 사랑하는 것뿐이다”고 했다. 말이 쉽지 누구 할 것 없이 끝없이 사랑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하지만 여름 동안에는 힘들었지만 가을에는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일어난다. 그게 가을의 마력이다. 이번 가을에 들녘을 따라, 숲길을 거닐며 모두를 사랑할 수 있는 힘을 받았으면 한다.

 지난달 말 창원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있었다. 그 내용이 상상을 초월한다. 아내가 남편을 그토록 잔인하게 죽일 수 있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 바로 며칠 전의 여름은 잔혹했다. 강열한 햇볕은 사람의 악한 마음을 충동질한다. 2~3일 전의 일이지만 여름에 일어났다고 치부하고 싶다.

 가을은 길을 잃고 헤매는 우리에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안내하는 네비게이션이다. 우리의 본질적 자아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계절이다. 문학의 현장을 찾아,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공연장을 찾아, 그리고 책을 읽는 자기의 자리에서 평화로운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인간의 잔혹성이 여름의 태양 때문이었다면 가을에는 변명할 수 없다. 우리 모두는 겸손의 옷을 입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봐야 한다. 이번 가을은 누구든 사랑할 수 있는 짧지만 찬란한 계절이 되었으면 더없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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