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8:06 (금)
빈손과 움켜쥔 손
빈손과 움켜쥔 손
  • 류한열
  • 승인 2010.07.05 22: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류한열 편집부장

 The more you have, the more you want. (가질수록 더 가지려한다)

 천안함 46용사의 죽음을 무엇으로 바꿀 수 없지만, 그 죽음에 대한 보상금, 성금이 잡음을 일으켜 우리를 슬프게 했다. 사고로 숨진 고(故) 신선준 상사의 아버지 신국현씨는 지난달 10일 수원지방법원을 통해 신 상사의 친모를 상대로 상속 제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남들 보기에 부끄러운 싸움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들이 남긴 재산과 보상금, 보험금, 성금 등이 28년 전 헤어진 친모에게 돌아가는 것이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해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고 밝혔다.

 꽤 많은 돈이 이미 생모의 손에 들어갔지만 그것에 성이 차지 않아 변호사를 선임하고 “아이를 낳은 여자에게 주는 법에 명시된 권리를 찾겠다”고 밝혔다. 생모의 권리는 천부적인 것이지만 왠지 뒷맛이 쓰다.

 인간의 손은 무엇이든 움켜쥐려 한다. 움켜잡는데 체면이고 염치고 없다. 더더욱 손에 꽉 잡고 놓지 않으면 다 자기 것이 되는 줄 착각한다.

 밀림에서 원숭이를 잡는 방법은 독특하다. 야자열매에 구멍을 내고 그 속에 원숭이가 좋아하는 오렌지나 견과류를 넣는다. 원숭이는 그 작은 구멍 속으로 손을 넣어 오렌지를 움켜쥐고 끄집어내려 애쓴다.

 구멍에 비해 쥔 오렌지가 너무 크기 때문에 손을 빼낼 수 없다. 원숭이는 사냥꾼이 와도 부질없는 짓을 계속한다. 결국 손에 잡힌 오렌지의 집착으로 인해 잡히게 된다. 손에 쥔 것을 놓아버리면 쉽게 도망갈 수 있는데도 그것을 모른다.

 한 번씩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얼굴 없는 천사’들이 있다. 그들의 선행은 거친 삶 가운데 단비와 같다. 누구인들 자기 것을 움켜쥐고 싶지 않을까. 꽉 진 손을 풀 때 행복하다는 것을 직접 보여 주는 사람들이다. 모두 다 가지려고만 한다면 우리는 숨이 막혀 살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기부천사들이 우리 사회의 오아시스와 같이 샘물을 퍼 올려 주는 것이다.

 이집트, 페르시아, 인도 북서부를 정복했던 알렉산더 대왕은 지칠 줄 모르는 욕망을 펼쳐나갔지만, 33세에 열병으로 요절했다. 그의 유언 중에 자기가 죽거든 관에 구멍을 뚫고 양 손을 관 밖으로 내놓아 모든 사람들이 자기의 죽음을 알게 했다.

 온 세상을 정복한 왕이 마지막으로 말하려 했던 것은 무엇일까. 결국 모든 사람은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간다는 간단한 진리가 아니었을까.

 The less you have in your hand, the happier you feel (손에서 놓을수록 더 행복해 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