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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자주 안 일어난다
이변은 자주 안 일어난다
  • 류한열
  • 승인 2010.06.24 2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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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한열편집부장

 “The 10 biggest World Cup upsets” (“역대 월드컵 10대 이변”)

 23일자 CNN 인터넷판 스포츠 섹션에 역대 월드컵 10대 이변 중 북한이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1대 0으로 물리치고 8강에 올라간 것이 첫 번째로 올랐다.

 북한팀이 영국에 도착했을 때 언론은 신비에 싸인 사람들(the Mystery Men)이라고 불렀다. ‘신비한 나라 축구팀’이 국내의 정치적 긴장이 팽배한 중에도 월드컵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그들이 영국에 도착한 것 자체가 행복이라며 급히 발급된 비자로는 그들의 신원을 파악할 수 없었지만 우여곡절을 겪고 참석한 대회에서 이변을 일으켰다고 쓰고 있다.

 북한팀이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도 이변을 꿈꾸며 경기에 임했지만 세계의 벽이 높은 것을 실감했다. 이변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가끔 일어나서 우리가 당연히 받아들이는 사실을 한 번씩 곱씹게 만든다.

 한국이 16강을 넘어선 것을 이변으로 볼 수는 없다. 경기마다 보여 준 경기력은 그리스와 나이지리아를 능가했다. 위기 때마다 경기력으로 극복했다.

 대한민국이 온통 축구이야기에 묻혀있다. “태극전사들이 부활했다”, “대한민국 축구가 새롭게 태어난 날이었다”, “불굴의 정신력을 발휘해 경기를 즐길 줄 알았다” ……. 언론이 태극전사에 보내는 찬사는 가히 전폭적이다. 앞으로 더욱 언론이 일부의 사실(fact)을 가지고 수많은 말의 성찬을 쏟아낼 것이다. 스포츠라는게 어차피 실력에다 선수의 사기, 당일 컨디션 등 여러 요소가 붙어 승패가 결정이 난다. 경기의 승패를 기칠운삼(技七運三) 정도로 보면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 한 경기마다 피를 말리는 상황이 또 벌어진다. 한 번 패하면 탈락하기 때문에 오직 승리를 위한 전술이 있을 뿐이다.

 언론이 지금 태극전사들을 영웅으로 만드는 데 골몰해 마치 우리가 8강, 4강에 간 것처럼 들썩거린다. 한국 축구가 아시아의 맹주를 넘어 이제 세계 축구와의 격차가 많이 준 것은 사실이다. 지금 우리와 맞붙을 우루과이는 없다. 지금까지 전적으로는 우리가 열세했다.

 우리는 지금 달콤한 것만 가지고 판단하려하고 있다. 현실을 직시하고 진실만을 가지고 감동을 엮어내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A big upset comes to the team that has the right to receive. (큰 이변은 받을 자격이 있는 팀에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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