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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의 눈물과 정대세의 눈물
악어의 눈물과 정대세의 눈물
  • 경남매일
  • 승인 2010.06.18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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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한열   편집부장

 Crocodile tears are a false or insincere display of emotion such as a hypocrite crying fake tears of grief. (‘악어의 눈물’이란  거짓 감정으로 흘리는 ‘위선자의 눈물’이다) 

 북한-브라질전이 열린 16일 요하네스버그 엘리스파크 스타디움. 북한 국가가 울러 퍼지고 북한 대표팀의 스트라이커 정대세는 고개를 숙였다. 잠시 후 고개를 든 그의 얼굴에는 눈물범벅이었다. 그는 자신이 열망하던 꿈의 무대에 선 것과 이런 무대에서 세계 최강팀 브라질과의 경기하는 자체가 영광이라며 눈물의 의미를 이야기했다.

 천안함 침몰로 남북한이 유엔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 내에서도 아직 이 사건이 조작된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참과 거짓이 너무 쉽게 혼동되는 게 요즘의 세상이다 보니 ‘악어의 눈물’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특히 지난 11일 참여연대가 천안함 조사결과에 근본적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의 서한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인 멕시코 등 15개국에 이메일로 보내 유가족과 많은 국민들이 발끈했다. 보수진영에서는 이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반국가적 이적 행위”라고 손을 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유가족과 국민의 순수한 눈물을 거짓 눈물로 바꾸려는 행위이다.

 고대 서양전설에 이집트 나일강에 사는 악어는 사람을 잡아먹고 난 뒤에 그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이처럼 먹이를 잡아먹고 거짓으로 흘리는 악어의 눈물을 거짓 눈물에 빗대어 쓰기 시작했다.

 북한이 46명의 천안함 용사를 수장하고도 되레 대한민국에 대해 가해자 운운하는 것은 분명 ‘악어의 눈물’이다. 사람을 잡아먹고 그를 위해 흘리는 눈물은 절대로 진실일 수 없다. 그 행위가 가증할 뿐이며, 되레 그 눈물이 다른 사람을 더 화나게 만든다. 지금 남북한의 관계가 그렇다. 거짓 눈물로 천안함 사태를 덮으려 하는데 거기에 눈물로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개탄할 일이다.

 스포츠는 민족ㆍ종교의 벽과 정치적 이념을 초월한다. 요즘 남아공 월드컵을 보는 걸 삶의 낙으로 삼는 사람이 많다. 힘든 하루 생활을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 위로로 받는 것은 더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22명의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동작 하나하나에 환호하고 아쉬워하면서 모든 시름을 날릴 수 있다. 야외 응원을 나가면 그  행복감이 배가 된다. 물론 한국팀이 이겨야 하는 전제가 있지만….

 그라운드에서 흘렸던 정대세의 눈물을 보며 남북한이 같이 울어줄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순수한 눈물만큼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눈물은 마음의 언어이다. (Tears are the language of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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