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6:04 (토)
고백 성사의 자리로 나아오라
고백 성사의 자리로 나아오라
  • 류한열
  • 승인 2010.06.16 2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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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한열 칼 럼   e 시각 편집부장

 슬쩍 건네는 돈을 마다할 사람도 별로 없거니와, 애써 찾아와서 큰 돈을 찔러 준다면 더더욱 거절하기가 힘들다. 꽤 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 앞에 돈이 전달되면 그 돈은 십중팔구 뇌물성이 분명하고 뒤탈이 날 게 분명하다. 이번 6ㆍ2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한 시장이 인수위 일을 보면서 추가된 업무가 지방 세력가들이 들고 오는 축하금을 돌려보내는 일이라고 고백했다.

 이런 토박이 세력가들은 지금까지 여러 사업을 하면서 각종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단체장들과 여러 관계를 맺어 왔을 것이다. 무슨 사업을 할 때마다 도움의 손이 있었을 것이고, 그 손의 대가를 모른 체하지 않았을 것이다. 너무나 익숙하던 통로가 막혀버렸으니 다른 통로를 뚫어야 하는 건 불문가지다.

 장만채 전남도교육감 당선자는 지난 8일 당선된 직후 도교육청 간부 몇명이 찾아와 돈 봉투를 건네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그동안 관행적으로 아주 익숙하게 해 온 것으로 보여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불법정치자금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우리 주위에 너무나 만연한 돈 봉투 관행은 우리가 끈끈한 관계를 통해 공과 사를 두루뭉술하게 여기는 데서 출발한다. 의도가 불분명한 돈이 있으면 반드시 파리가 그곳에 알을 슬어 놓는다. 그곳에 냄새가 날 수밖에 없다.

 학교를 찾아가는 어머니가 작은 돈 봉투를 준비했다. 빈손으로 가기에 멋쩍고 해서 ‘촌지’에 순수한 생각을 가졌다. 그러면서 이 ‘순수한 돈’이 우리 아이에게 작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고민 끝에 아예 빈손으로 가기로 하고 선생님과 상담을 끝내고 나왔지만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했다. 돈에는 순수한 의도가 없다.

 이번에 지방권력지도가 크게 바뀌어 이런 관행을 없앨 좋은 기회다. 지금까지 어떤 지방자치단체장이 이런 관행의 고리에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런 돈을 받고 여러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그게 어떤 의도로 오갔는지는 초등학생들도 알 수 있다. 크게 보면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자금 수수 의혹 사건이 그렇고, 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의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직무정지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그렇다. 모두다 관행이니 뭐니 해도 그냥 돈은 없다.

 모두다  ‘양심의 강가’로 나와서 고백 성사를 하라. 혹 그 고백이 정치자금법 등 실정법에 위반이 되어 복잡한 일이 일어날 수 있지만 남몰래 하는 고백 성사는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다. 세례 받은 신자가 지은 죄를 뉘우치고 신부를 통해 하느님에게 고백해 용서받는 게 고백 성사이니. 죽을죄도 용서를 받는 다는데 그 정도는 눈 감아 줄 것도 같다. 이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번에 돈 봉투 관행을 끊자는 의도이다. 돈은 항상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Money has always two fa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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