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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된 현대판 반달리즘
변형된 현대판 반달리즘
  • 류한열
  • 승인 2010.06.13 2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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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한열편집부장

Vndalism is the deliberate damaging of things, especially public property. (반달리즘은 고의적으로 공공기물을 파괴하는 행위를 말한다)

 반달리즘은 반달족이 5세기 초 유럽의 민족대이동 때 무자비한 약탈과 파괴행위를 거듭한 일에서 나온 말이다. 현대의 반달족들은 자신이 억눌린 마음을 공공시설에다 혹은 불특정의 사람에게 화풀이를 한다. 반달리즘의 행동이 많을수록 우리 사회가 건전하지 않다는 뜻이다.

 요즘 어디에나 주차전쟁이 벌어진다. 밤늦게 귀가해서 주차공간을 찾는다는 것은 운이 따르지 않으면 참으로 힘들다. 요행히 주차자리를 찾아도 웬만한 운전기술이 아니고서는 차를 대기가 힘들다. 어쨌든 좁은 공간에 차를 집어넣어야 잠자리에 들 수 있으니 말이다.

 요즘 창원 주택가에서는 이런 주차전쟁을 피해보고자 자신의 집 앞에 작은 시설물을 놓아두고 자신의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은 자기 집 근처에 얼씬대지 말라는 ‘현대판 반달리즘’이다. 이런 행위가 공공기물을 파손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공 용도의 땅을 자신만이 쓰겠다는 ‘변형된 반달리즘’이다. 나의 딸이 며칠 전 옆집 앞에 놓아 둔 콘크리트 시설물에 긁혀 다쳤다. 늘 그곳에 놓아두는 그 물건은 흉물스럽기까지 해 간혹 짜증스럽다. 한 달 전쯤에는 주차를 하다 차의 뒤 옆면이 크게 긁혔다. 어디에도 하소연도 못하고 속병을 앓았었다.

 바로 옆집에서 큼직한 콘크리트 시설물을 놓아두는 게 단순히 작은 이기심의 발로일지 모르지만, 몇 번의 피해를 입고 나니 고운 시선만을 가지기 어려웠다.

 앞으로 삶이 더욱 피폐해지고 오직 자신만 생각하는 극단적인 행동이 이런 변형된 반달리즘의 행위로 이어질 것이다. 사회가 건전하지 않으면 그리고 사회나 국가에 대해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할 때 이런 행동이 일어날 수 있다. 2008년 2월의 숭례문 방화 사건이 반달리즘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자신의 속상한 문제를 우리나라의 국보를 훼손해 화풀이했다.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자신의 작은 이익만을 생각하면 이 사회는 살맛이 없어진다.

 타인을 위한 작은 생각은 이런 현대판 반달리즘을 막을 수 있다.

 후대 역사가들은 반달족이 그 당시 무자비한 파괴행위를 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당시 로마교황이었던 레오1세는 반달족 족장인 게이세리쿠스를 만나 도시 파괴를 자제할 것을 당부했고 반달족은 이 약속을 지켰다고 알려져 있다. 반달리즘을 자제할 수 있도록 서로의 배려가 넘쳐나야 좋은 사회이다. We need to considerate of other people for us.(우리는 우리를 위해 남을 배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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