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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공천제 폐해, 이대로는 안된다
정당공천제 폐해, 이대로는 안된다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0.05.16 2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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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칼럼취재본부장

 6ㆍ2지방선거 공천과 관련, 예선이 본선이란 것은 왜곡된 지역주의 산물이다. 텃밭에 누굴 공천해도 당선은 가능하다는 오만함이 느껴진다. 정말 이럴 수가, 경천동지(驚天動地) 할 정도다.

 공천에서 탈락한 경남지역 한 시장은 “술수와 정략으로 얼룩진 부당한 결정’에 불복한다고 주장, 국회의원이 아닌 50만 시민을 섬겼기 때문”이라며 국회의원을 직접 겨냥했다.

 또 다른 경남지역 시장도 원칙ㆍ기준ㆍ명분도 없는 밀실공천과 공천의 칼을 쥔 지역 국회의원을 비난하며 한나라당을 떠났다.

 또 진주ㆍ양산시장 후보는 공천 후 이런저런 이유로 전격 교체됐다.

 밤새 안녕인지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 똑같은 잣대는 있을 수 없겠지만 기준이 왔다갔다 하니 헷갈린다. 그야말로 전략공천인가 보다.

 한나라당 공천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공천은 돈 공천, 사천이 더 심해졌다. 옛날에는 국민들 눈치도 보고, 이런 저런 외부인사도 끌어들이고 그랬는데, 이번에는 자기들끼리 나누어 먹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공천(公薦) 잡음, 그 과정이 투명하지 않아 후유증이 심각하다. 이래서야 각 정당이 주창하는 개혁공천은 빈말에 그칠 수밖에 없다.

 4년 전 선출된 기초지방자치단체장 230명 가운데 무려 절반에 가까운 110명이 비리ㆍ위법 혐의로 기소됐다.

 민선 1기(1995~98년) 때 23명이던 것이 2기에 59명, 3기 때는 78명으로 기소된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다.

   따라서 6ㆍ2선거에서 뽑히는 기초단체장의 절반 이상이 비리 혐의로 기소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존경받는 CEO대상 수상’, ‘여당만 좇는 해바라기성 단체장’, ‘규정을 무시한 업무 추진으로 벌금형’, ‘내연녀가 비자금관리’ 등 이는 위조 여권을 들고 해외로 도피하려다 붙잡혀 구속된 당진군수가 권한을 행사하다 나락으로 떨어진 대표적 사례다.

 이를 두고 단체장은 제왕적 권한으로 따습고 배부르다고 한다.

 당선되려면 20~30억 원을 써야 하지만, 4년 재임기간에 50억 원을 챙기면 20~30억 원이 남는다는 말도 떠돌고 있다.

 유권자들은 후보들 검증은 물론, 누구인지도 잘 모른다. 그것을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은 정당이다.

 공천 과정에서 철저히 검증해 당의 이름을 걸고 추천했어야 한다. 대부분의 유권자가 후보 개개인을 잘 몰라도 기표할 수 있는 것은 정당의 공천 절차를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6ㆍ2지방선거의 공천 양상은 전혀 딴판으로 이런 유권자의 믿음을 저버렸다. 오로지 자기 사람 심기에만 골몰했다는 평도 있다.

 여론조사 조작설도 불거졌다. 지역구 의원 간의 불협화음, 공심위와 최고회의 간의 이견 등 개혁 공천은 이름만 남게 됐다.

 이런 혼선을 조정해 줄 수 있는 곳마저 서로 권한 다툼을 벌였고 투명한 공천 절차마저 확립되지 못했다.
 지방선거는 주민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막대한 지방재정을 집행하고, 개발 사업을 인ㆍ허가하는 권한을 가진 대표를 뽑는다.

 지방자치제, 제대로 정착하려면 그 첫 단추인 공천부터 제대로 돼야 한다.

 경남 도내를 비롯한 곳곳에서 빚어진 공천과정의 불협화음, 그 배후에는 오만이 숨어 있다. 여기에는 한나라당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판단, 놀이터란 인식이 심어져 있기 때문일 게다.

 공천 제도를 없애지 못하겠다면 제대로나 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심판할 수 있는 유권자도 후보도 없다. 후보들은 한나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을 갖고 모두가 이전투구를 벌이며 한나라당에만 줄을 섰다.

 유권자들은 이를 개탄 하면서도 정작 투표 때는 한나라당을 지지해 왔다. 한나라당의 자신만만함, 오만함을 유권자 스스로가 키운 꼴이다.

 한 정당이 특정 지역의 단체장과 의회를 독식하는 애곡된 지역주의 구도에서는 견제와 균형이란 있을 수 없다. 지방자치제 출범 후 단체장들의 비리가 끊일 새 없다.

 주범은 ‘특정 지역 특정 정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나 다름없는 정당공천제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공천장사라는 뒷말이 나돈다. 또 공천기준이 유권자들의 눈높이보다 낮다는 지적이다.

 지방자치와 정당공천의 문제점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그런데도 공천제 폐지 등 제도적 보완은 안중에도 없다. 잘못된 공천, 이를 바로잡는 것은 유권자 몫이다. 올해는 지방자치 20년이다. 성년의 역량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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