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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식민지’
‘영어 식민지’
  • 경남매일
  • 승인 2010.05.14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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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열의 영어칼럼

▲ 류한열 편집부장
 우리나라는 분명 독립국가다. 그러나 ‘영어 식민지’라 하면 고개를 갸우뚱한다. 엄연한 사실이다.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9개국의 ‘젊은 용사’가 매일 입국해 별다른 검증을 거치지 않고 대학 졸업장만으로 영어를 가르친다.

 그들이 초중고 학생들을 가르치며, 학원에서는 귀하신 몸이다. 학원에서 원어민선생과 학생 간에 자주 마찰이 일어난다. 문화적 차이보다 자존심의 대립이 잦다. 어쩌다 학생들이 거친 말과 행동이 문제가 되면 십중팔구 선생님이 입에선 “shut up”이다.

 영어가 몇몇 특정 국가의 언어가 아닌 국제어(international language)가 된 지는 아주 오래다. 자라나는 세대는 영어를 배우는 데 주저할 수 없다. 다행히 부모님의 극성이 아이들의 머리에 영어가 ‘대단한 것’으로 이미 각인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이 ‘입 닥쳐’ 환경에만 맡겨야 하는 지 생각해 봐야 한다.

 영어를 그 철없는 젊은이에게 배워야 한다는 좁은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으로 졸업 후 한국 가서 1년간 돈 벌면서 여행이나 다녀야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온다. 그 가벼운 마음에 우리가 목숨같이 여기는 영어 과목을 맡긴다는 게 가당하기나 한 말인가. 학원장들은 말을 빌리면 많은 극성 엄마들은 원어민한테서 배우는 영어만 영어인줄 알고 있다.

 젊은 그들이 영어를 무기로 우리 아이들에게 왜곡된 가치관을 심고 있다는 것을 생각본 적이 있는가. 그들은 아직도 서양 우월주의를 가지고 있다. 알게 모르게 그들은 학교에서 학원에서 무차별적인 왜곡된 문화 공습을 가하고 있다. 우리가 한류에 들떠 있을 때, 우리 어린 아이들은 영어 식민지사관에 물들고 있다.

 우리는 영어 배우기를 주저할 수 없다. IT강국의 밑거름에는 우리나라가 일본이나 중국보다 나은 영어의 강점이 있었다.

 현대차가 일 년에 수출해 번 돈 이상이 영어를 배우는 데 들어간다. 젊은 용병에게 쏟아 붓는 돈을 생각해 봐야 한다.

 이제 우리의 영어를 할 때가 왔다. 특히 미국, 영국영어에 머리를 싸맬 필요가 없다. 현재의 영어 자원을 사용해도 충분하다. 중고등학교 선생들에게 1년 안에 영어로 영어를 가르치지 못하면 핑크 슬립(pink slip)을 주겠다고 하면 된다. 핑크 슬립은 해고 통지서다. 밥그릇이 걸리면 목숨을 건다. 중고등학교에서 제대로 된 영어, 실질적인 영어(practical English)를 가르쳐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외국 용병보다야 입만 열리면 우리 선생님이 백배 낫다.

 지금은 우리 영어로 경쟁력을 키울 때다. 그래야 영어 식민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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