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0:26 (금)
학업 압박ㆍ버려지는 아이들
학업 압박ㆍ버려지는 아이들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0.05.10 0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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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행복한 한국 만들어야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다. 그들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또 입양의 날, 성년의 날 등 그야말로 가족과 함께하는 가정의 달이다.

 그런데 어린이ㆍ청소년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니 세계 10대 교역국은 딴 나라 예기인가.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느끼는 행복감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OECD 26개국 중 가장 낮다는 연구결과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우리 모두 대책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어린이와 청소년 시절 행복감이 낮다는 것은 그들의 장래는 물론, 국가 미래를 위해서도 정말 불행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10 한국 어린이ㆍ청소년의 행복지수 국제비교’에 따르면 국내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들의 ‘주관적 행복’ 지수는 비교대상 국가 중 최하위였다.
 OECD 국가 평균을 100점으로 했을 때 65.1점에 그쳤다.

 주관적 행복을 구성하는 6가지 항목 중 삶의 만족도와 건강, 소속감, 외로움 등에서 점수가 낮았다.

 특히 “삶에 만족한다”는 학생 비율은 53.9%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았다. 2명 중 1명은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들은 건강하지 못하며(25.5%), 소속감도 느끼지 못하고(18.3%), 외롭다(16.7%)고 말했다.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도 27%로 그리 높지 않다. 물론 우리나라 아이들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공부다. 친구 없이 초등학교 때부터 오로지 입시공부에만 매달려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도 학업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학생 비율이 학년에 관계없이 가장 높은 가운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5학년이면 벌써 절반가량이 학업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할 정도였다.

 어릴 때부터 학력 경쟁 속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현실과 그들의 뒤를 떠밀다시피 하는 부모가 청소년의 행복감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청소년의 국가와 사회, 학교에 대한 불만도가 여간 심각한 게 아님이 드러난 또 다른 조사는 더 충격적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중국 청소년연구중심, 일본 청소년연구소와 공동으로 나라별로 중고교생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가치관 국제비교 조사’에서 우리나라 청소년은 ‘다른 나라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다’는 항목에서 59.9%가 ‘그렇다’고 답변, 중국(49.5%), 일본(38.8%)보다 훨씬 높았다.

 열에 여섯은 떠나고 싶은 나라, 절반만 행복한 나라. 왜 한국을 떠나고 싶은 나라라 했을까.

 현대사를 통해 비쳐진 성폭행, 연쇄 살인, 부정부패 등 총체적 사회상과 1등 지상주의가 빗어낸 산물이 장래 한국을 병들게 만드는 한 원인일 게다.

 곳곳에는 어린이 대상 유괴ㆍ성폭력 등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고, 학교 폭력도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2008년에도 1만 명 가까운 어린이들이 실종됐다.

 부모의 이혼과 실업 빈곤으로 사실상 ‘버려진 아이들’도 전체 아동의 15%가 넘는 102만 6000명(2008년)이나 된다.

 이 중 열에 아홉은 누구로부터도 보살핌과 교육과 의식주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미래 동량인 우리 청소년의 국가관이 이토록 낮고 부정적인 것을 꾸짖고 탓할 수 있을까. 문제는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그런 인식을 갖도록 내몰았다는 점이다.

 또 ‘루저’파문이 말해주듯 매스컴이 부추긴 우리 사회의 그릇된 외모지상주의도 아이들을 키와 몸무게 스트레스에까지 시달리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다.

 이런 가정과 학교ㆍ사회 환경이니 주관적 행복지수가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65.1점)인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호연지기(浩然之氣), 꿈을 자유롭게 펼치기보다는 자나 깨나 입시공부와 직업, 외모를 고민해야 하는 아이들이다.

 또 이런 고민마저 할 수 없을 만큼 가난하고 소외된 아이들이 있는 한 우리사회는 행복할 수 없다. 스트레스에 찌든 나머지 삶의 만족도나 행복감을 누리지 못하는 청소년이 많다면 나라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각 가정과 사회 전체가 청소년의 행복감 높이기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봄의 절정기며 향연장인 가정의 달 5월, 그 봄이 아쉬운 것은 스쳐지나가듯 빠르기 때문이다. 청소년을 위한 사회적 대책도 스쳐지나가듯 하면 안 된다.

 중요한 것은 365일, 각 가정과 사회, 정부대책이 어떻게 어린이들을 행복하게 해 주느냐다. 놀랍고 서글픈 미래 동량인 청소년의 인식, 모두가 나서 확 바뀌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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