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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이대론 안 된다
지방자치, 이대론 안 된다
  • 경남매일
  • 승인 2010.04.26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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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에서 불거진 토착비리의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특히 시장, 군수 등 지방자치단체장들의 통제받지 않는 권력행사와 부패상은 충격적이다.

 매관매직(賣官賣職)도 다반사다. 토착비리는 각종 연줄을 타고 번져간다. 서로 한통속이다 보니 노골적인 뒷돈 거래가 관행처럼 굳어졌다. 모두 공범이니 죄의식도 없다. 더욱 진화될 뿐이다.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가 밝힌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하위권인 22위였다.

 설마 했으나 드러난 부패상은 꼴지라.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민선4기 230개 전국기초단체장 가운데 비리 등의 혐의로 기소된 단체장은 40.9%인 94명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다.

 신분상승을 노린 지방자치제도의 또 다른 단면이 뇌물공화국으로 향하고 있어 근본적인 제도 개선책이 시급하다.

  왜곡된 지역주의는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란 것도 한 단면이다. 공천이 당선이란 인식이 공천과정에서의 헌금, 즉 돈거래를 고착화 시켰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공천ㆍ선거는 전(錢)의 전쟁이라 불린다. 공천과 선거 때 쏟아 부은 엄청난 돈, 당선된 후 부정한 방법으로 그 돈을 챙기려 하지 않겠는가. 비리의 악순환이 이것에서 출발한다. 도지사, 시장ㆍ군수, 광역ㆍ기초의원에 대해 절대적 공천권을 행사하는 현역의원의 기득권포기도 우선돼야 한다.

 공천위원회에 실질적 권한이 요구된다. 공천을 둘러싸고 잡음이 나오는 케이스는 국회의원과 스폰서 사이에 이권이든 공천이든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탓일 게다.

 몸과 마음, 또 다른 것을 바쳐 충성을 다했는데 공천이 엉뚱한 사람에게 돌아가자 불만이 터져 나온 사례는 드물지 않다.

 물론 성공 케이스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토착비리 감찰 활동 결과는 옛 진주 시민운동을 생각나게 한다.

 당시 백낙신은 경상우도 병마절도사(慶尙右道兵馬節度使)로 있으면서 부정행위를 자행했다. 진주목사 홍병원(洪秉元)과 손잡고 5만 2000여 석, 돈으로 환산하여 15만 6000여 냥을 착복했다.

  그 결과 1862년 진주시민 8만여 명이 들고 일어난 것이 진주민란이다.

 진주민란은 강화도령으로 유명한 철종(哲宗, 185∼1863년) 말년에 일어났다. 동학농민운동까지 30년 동안 자행된 위정자들이 부정부패, 현재는 어떠한지를 곱씹게 만든다.

 비리사슬이 가능케 한 구조자체를 깨부숴야만 한다.

 그 당시 진주시민에 의한 위대한 힘이 이제는 도민들의 투표행사로 이어져야 한다.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경남도내 공무원들의 선거운동 개입으로 줄 구속 사태를 빚었고 시장, 군수들의 비리행위가 도민들의 가슴을 멍들게 했다. 이 모든 것은 선거판 모순에다 제왕적 권한 행사에도 아무런 제재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탈이 잦다.

일탈은 막강한 권력에서 비롯된다. 관내 각종 사업 인 허가권과 예산 편성 및 집행권, 소속 공무원들의 승진 및 보직 부여, 출연기관장 임명 같은 인사권을 몽땅 틀어쥐고 있다. 그래서 시장, 군수를 "지역 영주"라 부를 정도다.

 충남의 한 군수는 지방 건설업자에게 공사를 몰아주고 수억대의 호화 별장과 아파트를 뇌물로 챙겼다고 한다. 충남 모 군청에선 전체 670명의 공무원 중에서 무려 112명이 7억여 원의 예산을 빼돌려 나눠 먹다 적발됐다.

 경북의 한 군수는 자신과 장인이 대주주인 건설업체에 30억 원 불법 수의계약을 맺고 5억여 원을 부인 명의 계좌를 통해 빼돌렸다.

 자치단체장과 특수 관계에 있는 업체와는 수의계약이 금지돼 있는데도 막무가내였다. 또 모 군수는 지역 유력 인사로부터 승진심사위원회에서 탈락한 6급 공무원 한 명을 승진시켜달라는 청탁을 받고 회의를 다시 개최토록 해 정해진 승진 예정자를 바꿔치기한 사례도 있었다.

 경북의 공기업 사장은 불법 사행성 이벤트를 열게 해주고 업자에게서 2000만 원짜리 도자기를 상납 받았다.

 전남 모 군수는 뇌물을 옷장에 1억 5000만 원, 서랍에 4000만 원을 쟁여두다 경찰에 붙잡혔다.

 군이 발주한 26억 원 규모의 땅 끝 마을 관광지 야간경관 조명 공사를 특정 업체가 수주토록 해 준 대가다. 이런 사람이 6ㆍ2 지방선거에 다시 공천을 받았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런 상황을 방치해선 안 된다.

 뒤로 빠져나간 검은돈은 모두 국민 세금에 포함되기 마련이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지방자치제도는 이미 상당히 변질됐다. 무엇보다 시장, 군수들의 절대적 권력이 적절히 제어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감사원 등의 감찰 활동만으론 부족하다. 강력한 사정과 처벌에 더해 감사 인프라 등 상시적인 예방ㆍ감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책이 시급한 시점이다. 전 방위적이란 비리 사실이 드러난 지방자치제,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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